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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할머니가 귀여운지 아세요?” -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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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색 포장지로 커버를 두른, 조금은 촌스러운 다이어리를 든 유인경 기자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속 ‘나의 촌스러운 수첩들’에 등장하는 다이어리구나 싶었다. 명품 브랜드의 세련된 다이어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녀는 15년째 똑같은 수첩을 사용하고 있다. 바로, 비닐 코팅된 국산 양지수첩. 유인경은 “외국산과 달리 우리나라 국경일과 휴일이 정확하고, 주요 기관 전화번호, 지하철 노선도까지 요긴한 생활정보가 들어 있어 나에겐 최상의 다이어리”라고 말한다. 매년 새 다이어리를 구입하면 리모델링(?)을 하곤 하는데, 2013년에는 책이 많이 팔려 부자가 되고 싶은 소망을 담아, 황금색 포장지를 선택했다. 신문기자로서 그리고 TV 토크쇼,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대중을 만나고 있는 유인경은 『남자의 물건』저자 김정운 교수의 ‘여러가지문제연구소’를 작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유인경은 몇 년 전까지는 해마다 그 해에 꼭 이루고 싶은 일들을 첫 장에 격문처럼 적었지만, 요즘은 그냥 담담하게 새해를 맞는다. “희망과 꿈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갈수록 해야 할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늘어나 적으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새로 마련한 다이어리에 아름답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라진 않아요. 다만 수첩에 기록되는 나의 매 순간이 부끄럽고 치졸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부질없는 욕망에 흔들리지 않고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온순한 시간들이 기록되길 원해요.”나이가 들면 들수록 질투가 적어져 행복하다는 유인경. 기자생활 30년(현재는 경향신문 부국장), 워킹맘 23년차인 그녀는 ‘귀여움과 주책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늘 경계하면서,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야 후배, 자식들이 좋아한다는 진리를 따르며, 일상의 축복을 누리고 있다.




나이가 드니, 혀가 깨물어진다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은 중년 여성들을 위한 에세이이지만, 젊은 사람들도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나이듦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솔직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딸이 26살인데, 친구한테 이 책 엄마한테 선물하라고 했더니 ‘우리 엄마 집 나가면 어떡하냐’고 했다고 하더라(웃음). 제목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사실 집필 초기에는 ‘나는 나이값 하지 않겠다’로 제목을 정했는데 너무 부정적인 느낌이 있다고 해서 바꿨다. 새해가 돼서 그런지 책이 좋은 반응이 있어서 기분 좋다.

그동안 여성들을 위한 책을 많이 냈지만, 50대 여성 그러니까 중년을 상대로 한 책은 처음이다. 예전의 책과는 다른 느낌으로 썼을 것 같다.

개인 블로그에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블로그에 올리듯 가볍게 썼다. 글을 쓸 때 쓰고 싶은 마음이 어금니까지 차오를 때, 툭 쓰기 때문에 한 꼭지당 30분도 안 걸린 것 같다. 대선 이후 본의 아니게 50대가 화두가 됐는데 중년기에 삶을 탄탄하게 해놓지 않으면 몸 따로, 정신 따로 노년기가 위태로울 수 있겠다 싶었다. 나 혼자만의 불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는 거다. 평소에 여성 커뮤니티, 여성 포털을 자주 들어가는데, 요즘은 딸들이 엄마 문제에 대해 그렇게 글을 많이 올린다. 예전에는 젊은 엄마들의 자녀 교육 문제 이야기가 대다수였지만, 요즘에는 ‘우리 엄마 갱년기 어떻게 해결하냐, 우리 엄마 너무 심술궂다’는 이야기가 많다. 어떻게 노화를 받아들이는가가 문제인데,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 사람들이 내가 히히덕거리고 그다지 우울한 감정을 느끼지 않고 살고 있는 거 같으니까 신기해하더라. 그래서 내 작은 팁을 주고자 쓴 책이다.

내용이 굉장히 솔직하다. 백지연, 전여옥 등 이슈 메이커들에 대한 코멘트도 적나라하게 달았다. 나이가 들어서 용감해진 건가?

뭐 그렇게 비난한 것도 아니고, 당시에 욕 먹는 분들이었으니까 내가 대표해서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것뿐이다. 내 지인들 이야기도 모두 실명으로 썼다. 다들 자기 이야기를 어떻게 썼는지 궁금해서 직접 책을 사 읽더라. 그래서 몇 권 더 팔았다(웃음).

중년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타인에 대해 너그러워질 수 있는 나이이기도 하고 반면 작은 일에도 괜히 역정이 나고 노여움을 타는 나이라고들 하는데.

최영미 시인이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시를 발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최근 50대가 되시고서 고백을 하시더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 땐 미쳤나 보다고(웃음). 내가 기자라는 직업으로 오랫동안 살아서인지, 젊을 때는 비판, 직언, 직설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혀가 깨물어진다. 부질 없는 이야기 왜 하나 싶고, 남들 이야기를 들으면 ‘진짜 그랬을까’ 한 번은 더 생각하게 되고 한다. 내가 착해지고 있구나, 싶다. 또 하나 요즘은 부러운 사람이 없다. 내가 잘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아무리 유명하고 돈 많은 사람이라도 그 이면에는 다 어려움이 있다는 걸 많이 봤기 때문이다. 재력, 명예는 부러울 지 몰라도 그 사람의 인생에 따라오는 가족, 사생활 들을 다 묶어서 패키지로 보면, 부러운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내 삶이 종종 찌질하고 비참할 때도 있지만 나 있는 상태로 내 모습이 좋다.

“늘 조용히 서재에서 살인 사건을 다룬 책만 쓰던 세계적인 추리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도 오십대 예찬론자였다. ‘나는 내 삶이 두 번째로 꽃피우는 시간을 즐겼다. 온갖 감정과 수많은 인간관계로 뒤엉킨 삶이 지나간 뒤 50세 무렵, 갑자기 새로운 삶이 눈앞에 펼쳐졌다. 생각할 것, 공부할 것, 읽어볼 것으로 가득한 삶이었다. 가슴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각이 솟아올랐다’ 나 역시 삼사십대까지만 해도 항상 남들과 비교하고 스스로를 들볶았다. 남의 꽃밭만 구경하며 그 꽃밭의 장미와 라일락을 부러워하느라 정작 내 꽃밭에 물을 주거나 가지치기는 게을리 했다. 하지만 오십대에 이르러 내 꽃밭에 핀 키 작은 들꽃이며 봉숭아꽃의 소박함에 평화와 위안을 얻는다.”(p.16)




‘질투심이 사라진다’ 내가 행복하다는 증거

책에서 ‘자발적 고독을 즐기라’는 이야기를 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 훈련이 필요한 일 아닌가.

나는 혼자 잘 노는 편이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좋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행복하다. 옷이나 뭘 사야 할 때 꼭 누군가랑 같이 가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꼭 남의 취향에 맞는 옷을 고르게 된다. 취재가 있는데 중간에 시간이 붕 뜨면 서점에 가기도 하고 혼자 영화를 보고, 운전을 못하기 때문에 자주 걸어 다닌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이 불행한 게 시선을 자꾸만 바깥으로 돌려서 남과 비교하느라,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빈 방에 혼자 앉아서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사람들이 ‘당신은 바깥에서 일을 하니까 그렇지 않냐’고 말하는데, 혼자 집에 있다고 내팽개쳤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젊어지고 싶고,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부모들만 해도 ‘자식들 다 키워줬더니 이제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서운해한다.

나이 들었다고 <열린 음악회>, <가요무대>만 보라는 법 없다. 난 <K팝스타>를 더 즐겨본다. 딸이랑 자주 대화를 나누고 젊은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데, ‘귀여움과 주책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겉모습보다 생각이 젊어져야 한다. 자녀들이 고달파하는 건 부모한테 어른스러움을 기대하는데 포용력이나 배려심은 없어지고 취향만 젊어지는 모습을 볼 때다. 자녀들한테 같이 시간을 보내달라고 하고 집착하면 안 된다. 아이가 저절로 나한테 오게 해야 한다. 입은 다물고 지갑을 열어야 하는데, 잔소리만 많아지니 아이들이 안 온다. 내 딸이 나랑 자주 놀아주는 게 내가 지갑을 잘 열기 때문이다(웃음).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의 문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들어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내 딸이 왜 이러지?’가 아니라 ‘정말?’이라는 시각으로 봐줄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더 철딱서니가 없지 않았나, 이해해주고 경청해줘야 한다.

점점 질투심이 사라진다고 했다. 나이 탓만은 아닐 것 같기도 한데.

질투심에 나를 부글부글 태우는 일이 확실히 줄었다. 다 불쌍하고 안쓰럽다. 안됐다는 게 아니라 마음에 긍휼함 같은 게 생겼기 때문이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는데, 다 행복한 게 아니더라. 그 이면에 힘든 모습이 참 많았다. 요즘 생각이 드는 건, 주변이 잘 돼야 내가 덕을 본다는 걸 영악하게 깨달았다. 지난주 토요일 날 많이 친하지 않았던 여고 동창이 밥 산다고 나갔는데, 외제차를 끌고 오더라. “가방 좀 밀어줄래?”라고 하는데 샤넬이었다. 옛날 같았으면, “얘 뭐니?”라고 했을 텐데 이젠 아니다. ‘얘 요즘 잘 사는구나. 별장도 있다던데 친하게 지내야겠다’고 생각한다(웃음). 힘들게 사는 친구들이 와서 돈 빌려달라고 하면 힘들지 않나? 그 순간 잠깐의 우월감을 느낄 순 있겠지만, 끊임없이 걱정해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따르니까.

‘내가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닌 ‘미움을 받는 이유’에 대해 기록했다. 관대해진 건가? 타인의 시선에 대해 자유해진 건가?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본인이 그걸 어떻게 의식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인 것 같다. 누가 자기를 싫어해도 개의치 않는 사람이 있고 어떤 이들은 한 사람과의 관계만 껄끄러워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부모님께 감사하는 것 중 하나가 타인의 반응에 무딘 감성을 준 거다. DNA 자체도 그렇고 오빠들이 수시로 각종 지적과 더불어 주제 파악을 하도록 훈련 시켜줘서 욕 먹거나 비난을 받아도 크게 상처 받지 않는다(웃음). 러쉬 림보라는 미국의 보수 성향의 진행자는 『내가 미움 받는 이유』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됐는데, 그는 확신적이고 어조가 강해서 항상 구설수에 시달렸는데 자신이 미움 받는 이유를 잘 알아서 더 미움을 받았다. 그래서 난 내가 미움 받는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반성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내 말, 행동에 책임지겠다는 뜻이다. 날 미워하고 싫어하는 건 그분들의 권리고 내 설명으로 그 감정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다. 내가 누굴 짓밟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걸 전제 하에 미움을 받아도 꿋꿋하게 버티자는 게 나의 모토다.

“잭 웰치의 부인이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장인 수지 웰치가 쓴 <10,10,10>이라는 책을 보면 ‘내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10이라는 숫자로 판단해보라’고 한다. 지금 내게 일어난 일(화가 나거나 혹은 흥분되거나, 기쁘거나 혹은 슬프거나)이 과연 10분 후까지 계속 그 감정을 유지할 일인가, 10일 후에 혹은 10년 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차분하게 따져보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그 당시에 죽을 것처럼 괴롭고 미칠 듯 화가 나서 폭언을 퍼붓거나 광분을 했던 일이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보면 ‘아뿔사, 왜 그랬을까’ ‘아, 그때 조금만 냉정했더라면’ 하고 후회되기 때문이다.”(p.111)




귀엽게 늙어가는 것, 나의 모토

<주간 경향>에 ‘유인경이 만난 사람들’ 칼럼을 쓰고 있다. 중년이 되어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젊었을 때와는 사람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 같다. 멋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예전에는 세속적으로 출세한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요즘엔 자연스럽게 나이가 든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 그리고 안팎이 비슷한 사람이 멋있다. 진솔한 사람, 귀여운 사람이 좋다. 문정희 시인을 최근에 만났는데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글을 쓰는 것도 멋있지만 이태리로 교환교수를 하러 떠나는데, 뱃사공한테 잘 보여야 한다고 보톡스 맞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더라. 귀여우시더라(웃음). 또 최장집 교수, 한승헌 교수도 굉장히 근엄해 보이지만 만나 보면 그렇게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멋있으시다. 나의 모토도 이분들처럼 ‘귀엽게 늙어가자’다.

귀엽다는 것, 어떤 의미일까.

딸이 말하더라. “엄마 어떤 할머니, 할머니가 귀여운 지 알아? 모르는 걸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할머니야.” 사람들이 대부분 나이가 들면 그런 이야기 못 한다. 아는 척하고 싶어 한다. 나이에 상관 없이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고, 물어보고, 궁금해하고, 물 흐르듯 살면 길이 오는 것 같다. 가수 조영남 씨랑 친한데, 지난달에 집에 가보니 스페인 아티스트가 와서 조영남을 주인공으로 비디오 아트를 만들고 있더라. 피카소 옷도 입었다가 고흐 분장도 했다가, 바니걸스 같은 아이들이랑 사진도 찍고. 내가 “어떻게 나이 70에 화양연화를 누릴 수 있냐”고 물었더니, “꿈이라는 게 노력해서 이뤄지는 것도 있지만 재밌게 열심히 살았더니 꿈이 나를 찾아왔다”고 하더라. 단, 꿈을 가져야 꿈이 찾아오겠지만. 난 재밌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꽉 막히고 심술궂은 할머니가 아닌, 귀여운 할머니로 나이 들면 좋겠다. ‘숲해설사’라는 직업이 있는 것처럼, ‘사람해설사’라는 직업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가만히 나를 돌아보니, 사람들의 전기를 많이 읽고 모으고 있더라. 사람들을 보는 시각을 다양화할 수 있겠다 싶다.

중년, 노년의 특별한 계획이 있나.

한비야 씨는 80세까지의 플랜을 모두 완성했다고 하는데, 나는 무엇을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지금 당장 다이어트도 못하는 나인데 몇 년 뒤 나를 어떻게 알겠는가. 계속해서 경제활동을 하게 된다면 그래도 여유있게 살 수 있을 것 같고, 마음이 즐거우면 몸도 건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의술이 발달했으니, 많이 걱정 안 한다. 중요한 건 내가 재밌게 사는 거다. 내가 재밌게 살고 있으면 친구들이 궁금해서 연락해온다. 그러면 만나서 더 재밌게 놀면 된다(웃음). 친구가 없으면? 케이블 채널이 500개도 넘는다. TV랑 친구하는 거 그렇게 나쁜 일도 아니다. 올해는 역사책을 천천히 읽으려고 한다. 성경공부만 해도 몇 년을 보낼 수 있는데, 앞으로 뭐하지? 이런 걱정은 안 한다.

아직 중년이 찾아오지 않았지만, 곧 마주할 세대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20,30대는 감정이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다. 미리 선행학습을 하진 말자. 부르르 떨어도 보고 질투도 해봐야 내 자신을 알 수 있다. 30대부터 너무 고요한 삶을 살면, 중년에는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어질 지 모른다. 누구나에게 고통 총량의 법칙이 있듯이, 젊을 때 철들지 않은 사람이 나중에 보면 더 점잖아지는 경우도 많다. 나도 평탄하게 살아온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남편 사업이 망해서 생계 전선에서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었고 치매 걸린 엄마의 병수발도 들었다. 난 이런 걸 이겨낸 게 아니라 잘 견뎌서, 지금에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병아리와 계란후라이의 차이를 아나? 내가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고, 남이 깨주면 계란후라이가 되는 거다. 계란후라이가 되냐, 장닭이 되냐는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사느냐에 있다. 누구나에게 24시간이 주어지는데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누구에게는 100시간이 될 수 있는 거다. 젊을 때 시행착오를 하는 건 당연하니, 타인이 원하고 조정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만들어 가면, 중년이 오는 것이 두렵지 않을 거다.


“냉정하고 현실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늙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게는 50세 이후의 시간이 인생에서 또 하나의 풍요로운 시기가 된다. 오십대에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깨닫고 실천한다면 남은 인생도 더 멋진 모험과 즐거움의 시기가 될 수 있다. 그 모험이 꼭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인 ‘버킷리스트’처럼 히말라야나 북극 탐험, 이십대처럼 팽팽한 몸매 되찾기 등이 아니다. 기말고사 끝나면 시험공부 하느라 미뤄두었던 소설책 읽기나 영화 관람을 하는 것처럼 마음속에서 정말 하고 싶었고 가슴 떨리게 하는 일을 찾는 것이다.”(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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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유인경 저 | 위즈덤경향
벌써 40대에 접어들어 너무 늦었다고. 50대라 나잇값 못 한다고 흉볼까봐 겁이 난다’는 이들에게 유인경 기자는 삶은 나이 들수록 더 풍요롭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조언하며 꿈을 펼쳐볼 것을 부추긴다. ‘삶은 살아갈수록, 나이 들수록 아름답다.’ 이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데 그 비밀을 알고 모르고가 인생 후반부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유인경 기자는 그동안 만나온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그 비밀을 터득하고, 인생 후반부를 더 생생하게, 더 즐겁게, 더 현명하게 사는 법을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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