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과 4년 만에 만난 그들은 이제 ‘록왕’이라는 아호를 얻었다. 거리에서 먹고 자는 고행 끝에 완수한 북미 투어는 <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의 필름으로 남겨졌다. 정력가형 록스타로 족적을 굳히는 행동파들. 대한민국에도 이런 록밴드가 있다는 것은 록 불모지의 자랑거리다.
공연 전 인터뷰에서 그들이 말하는 밴드의 개념은 단순하지만 직관적이었다. “노는 일인데, 일은 일이다. (보컬/기타 박종현)”, “가족 개념이다. (보컬/베이스 이주현)”, “연애와 비슷하다. (드럼 김희권)”라고 부연했다. 이 밴드의 넘치는 에너지의 발로가 바로 '팀워크'라는 증거기도 했다.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가 있던 롤링홀 근처는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인터뷰가 있던 장소에서도 그들의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이 함께할 정도였으니, ‘인디 최고의 록 스타’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우리가 만든 최고의 앨범’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신보 < Galaxy Express >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도 강하게 드러났다.
역시 북미 투어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네요. 어떻게 투어를 시작하게 된 건가요?
박종현 : 2011년에 서울소닉 투어를 다녀오면서요. 내년에도 꼭 다시 투어를 하자는 얘기를 했어요. (서울소닉은 한국 라이브 음악을 다양한 경로로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그 이후에 각자가 돈을 모으기 시작했죠. 사실 서울소닉때는 공연을 많이 못 해서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자체 투어를 하면 공연을 많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물론 로컬 밴드들과 교류도 하고, 친구도 사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밴드라면 그런 로망이 있잖아요. 캠핑카를 타고 미국을 돌아다니는…. 그런 여행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투어 중에 뉴욕타임스 기사에 소개되기도 했죠? 본인들도 놀랐을 것 같아요?
박종현 : 저희가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 참여했을 때에요. 그 공연이 2,000팀 정도가 참여하는 페스티벌이거든요. 결산 기사에 브루스 스프링스틴, 피오나 애플 등등 10개의 팀을 언급했어요. 그리고 영미권이 아닌 밴드도 3팀을 소개했는데 그 중 하나로 소개가 된 거죠. 내용도 “엄청난 연주를 들려주었다,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보여줬다”라고 적혀있더라고요. 영광도 영광이지만 신기했어요. 그 와중에는 괜찮은 밴드 많았을 텐데, ‘아니 우리가!’라는 생각이 컸죠.
한류처럼 우리 록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을 것 같은데요?
박종현 : 저희뿐만 아니고 3호선 버터플라, 크라잉 넛, 옐로우 몬스터즈도 같이 공연했거든요. 그런데 유례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였어요. 경찰들이 와서 인원 제재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마 신선하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어요. 미국에서 한국의 록밴드가 공연하는 자체부터가요. 그리고 그만큼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있는 밴드들이니까요. 기회와 시간이 충분히 서포트 된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주현 : 사실 저희는 일단 놀러 가는 마음으로 갔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어요. 워낙 같이 공연한 밴드들이 훌륭한 팀이라고 보기 때문에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고요.
그동안 북미 외에도 유럽, 홍콩, 대만 같은 많은 나라에 공연을 다니셨잖아요. 다른 나라 반응은 어떤가요?
김희권 : 유럽에서는 한국에 밴드가 있는지도 몰라요. “슈퍼주니어 곡 연주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죠. 가장 인상적인 곳은 일본이었던 것 같아요. 음악 환경 자체가 체계적이고 규모가 커요. 도쿄에만 라이브 클럽이 1,000개가 넘는다고 하니까요. 시스템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는 있죠. 한국 같은 경우는 우리가 엔지니어에게 부탁하는 입장이라면, 일본은 우리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줘요. 약간은 기계적인 느낌이 있긴 하지만요.
다른 나라 인디신은 우리나라와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이주현 : 부러운 것이 많았어요. 일단 큰소리 나는 악기를 공연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악기가 ‘쾅!’하고 울리면 ‘아이고, 귀가 찢어지네’하며 동네에서 전화 오고 난리가 나요.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악기를 거리에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죠. 그리고 그런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한국 사람이 제일 잘 노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웃음)
투어를 하면서 느낀 점은 뭘까요?
이주현 : 함께 투어를 돌았던 밴드들을 통해서 배운 건데요.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었어요.
투어 뒤에 바로 3집이 나왔네요. 사실 데뷔 작품 < Noise On Fire >와 < Wild Dayz >는 사실 라이브 앨범 같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사실상 첫 정규 앨범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주현 : 첫 앨범처럼 머리를 싸맸습니다. 새로운 마음을 새기자, 그리고 (앨범)에 너무 연연하지는 말자는 생각이었어요. 한국에서 우리가 앨범을 낸다고 크게 화제가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밴드를 한 지 6년 정도 되었는데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마음가짐도 있었고요. 그래서 앨범제목도 < Galaxy Express >로 지었어요.
이번 앨범에서 중점을 둔 것은 뭔가요?
박종현 : 전 앨범들은 우주선이 뜨긴 했는데 덜컹거리고 멀미가 심했죠. (웃음) 하지만 이제는 안정감 있는 비행을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감성적인 면에서는 1, 2집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에너지나 태도가 바뀐 건 아니니까요. 이번에는 릴 테이프로 녹음해서 따뜻한 느낌도 있고요. 어렵게 안가고 우리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었어요.
김희권 : 확실히 사운드가 좋아졌어요. 작업하면서 2집도 재녹음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주현 : 사운드 색이 독특하죠. 특히 저희가 좋아하는 밴드에 대한 오마주를 많이 담아냈어요. 레드 제플린이나 AC/DC, 스투지스같은. 이게 “AC/DC 같으니까 하지 말자”가 아니라, 오히려 “AC/DC 같으니까 해보자”라는 식이었죠. 굳이 숨기지 않고 더 드러내려 했죠.
이번 앨범은 특히 가사가 많이 바뀐 느낌입니다. 더 단순해지고 반복되는 느낌이 드는데요?
이주현 : 가사는 음악의 분위기에 몰입하는 데 주력했어요. 상상력을 저해하지 않는 측면에서요. 들으면 별 내용이 아니지만, 큰 의미가 보이도록 함축적인 의미를 담았죠. 사실 텍스트 자체로는 한국말이 힘들어요. ‘깍두기’라는 단어가 하나만 나와도 갑자기 곡이 촌스러워지기도 하고요. 자극적인 것 빼고, 뻔한 말들도 다 뺐어요.
멤버 각자가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들은 뭘까요?
박종현 :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어요? (웃음) 뭐, 굳이 뽑자면 저는 「언제까지나」에요.
이주현 : 저는 그날그날 다르지만 「호롱불」이 가장 좋아요. 한국의 냄새도 있고 저희의 에너지도 담겼다고 생각해요.
김희권 : 다 좋아하는데, 저는 「How does it feel」의 마지막 절규에서 항상 닭살이 돋아요.
이번 앨범이 음원으로는 들을 수 없지요? 앨범으로만 팔면 음악을 알리는 데는 장애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박종현 : 현재 음원 판매가 부당하게 거래된다고 생각해서 '스탑 덤핑 뮤직(Stop Dumping Music)'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당장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요. 장기적으로 음악가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음원 사이트들 광고 카피들도 마음에 안 들어요. “가장 싸게 듣는 방법 아니?”같은 광고 문구는 정말 짜증이 나요. 음악을 무슨 물건 팔듯 하는 것에 반감이 생겼어요. 그럼 음악 자체가 너무 하찮게 되는 것 같잖아요. 사실 해리빅버튼(HarryBigButton) 형들이 먼저 했는데, 그 분들 인터뷰를 보고 감명을 받았죠. 생명력을 가지고 넓게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주현 : 사실 저희 음악은 무료로 들려드려도 좋습니다. 우리가 음반이나 음원을 많이 파는 밴드도 아니고요. (웃음) 하지만 계속 이렇게 음원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소비자, 판매자 모두에게 나쁠 것 같아요.
김희권 : (음악 유통 구조가) 말이 안 되는 구조에요. 곡당 33원? 과연 이게 누굴 위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라이브공연도 공짜로 오면 보다가 나가요. 하지만 내 돈 주고 공연 오면 달라지거든요.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롤링 스톤즈의 < Charlie Is My Darling >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중에 믹 재거가 “무대 위에서는 연기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갤럭시 익스프레스도 항상 격렬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 공감하십니까?
박종현 : 기본적으로 무대 위에서는 연기가 있어요. 생각해왔던 멋진 모습을 그대로 무대에서 잘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열망의 음악’이 록이잖아요. 격렬한 음악은 격렬한 몸짓과 발짓으로, 하지만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창기 때 김희권은 이등병처럼 공연했어요. (웃음)
김희권 : 연기가 아니면요. 그냥 기계처럼 치게 돼요. 처음에는 진짜 로봇처럼 쳤어요. 많은 드러머들을 모니터링하면서 따라 하고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주현이형이나 주위 사람들이 “너도 코러스 넣고, 이리저리 해봐라. 너는 혼자 왜 심각하냐?” 같은 요구를 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고 무대를 즐기고 있어요.
이주현 : 연기라고 해서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고요. 자연스럽게 “록은 이런 거다”라는 걸 표현하는 것 같아요. 소리를 들려주면서 퍼포머 스스로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거죠. 엘비스 프레슬리가 개다리춤을 추고, 척 베리 오리걸음을 했죠. 사실 이게 주변에서는 놀림거리가 되거나 왜 했냐는 식으로 물어봤겠지만요. 그게 록이죠.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언제나 강성, 어려운 길을 택합니다.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이주현 : 사실 우린 좀 무식한 것 같아요. 남들이 볼 때는 안 가 봐도 알 수 있는 건데요. 우린 굳이 힘들게 가서, 갔다 온 다음에 신나하죠. 물론 미리 걱정하면 못 가겠죠. 하지만 걱정은 자기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일이거든요. 가보자, 가서 생각하자, 그러고 가보는 거죠. 해보고 안 되면 다시 시작하면 돼요. 우린 잃을 게 없거든요.
갤럭시 익스프레스, 앞으로 어떤 밴드로 남고 싶은가요?
박종현 : 오래 밴드 생활을 하고 싶어요.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날 그날 재미있게, 공연도 재미있게 하고요. 스스로 계기를 만들면서 좋은 음악을 내놓고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김희권 : 계속 변화할 수 있는 밴드로 남고 싶고, 주구장창 이 밴드를 하고 싶어요. 롤링 스톤즈처럼 말이죠.
이주현 : 음악을 좋아해서 시작한 것처럼 음악을 계속 좋아하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그게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겠죠. 늙어서도 할 수 있는 밴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셋 좋으려고 하는 것. 그게 갤럭시 익스프레스라고 생각해요.
공연 전 인터뷰에서 그들이 말하는 밴드의 개념은 단순하지만 직관적이었다. “노는 일인데, 일은 일이다. (보컬/기타 박종현)”, “가족 개념이다. (보컬/베이스 이주현)”, “연애와 비슷하다. (드럼 김희권)”라고 부연했다. 이 밴드의 넘치는 에너지의 발로가 바로 '팀워크'라는 증거기도 했다.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가 있던 롤링홀 근처는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인터뷰가 있던 장소에서도 그들의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이 함께할 정도였으니, ‘인디 최고의 록 스타’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우리가 만든 최고의 앨범’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신보 < Galaxy Express >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도 강하게 드러났다.
역시 북미 투어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네요. 어떻게 투어를 시작하게 된 건가요?
박종현 : 2011년에 서울소닉 투어를 다녀오면서요. 내년에도 꼭 다시 투어를 하자는 얘기를 했어요. (서울소닉은 한국 라이브 음악을 다양한 경로로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그 이후에 각자가 돈을 모으기 시작했죠. 사실 서울소닉때는 공연을 많이 못 해서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자체 투어를 하면 공연을 많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물론 로컬 밴드들과 교류도 하고, 친구도 사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밴드라면 그런 로망이 있잖아요. 캠핑카를 타고 미국을 돌아다니는…. 그런 여행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투어 중에 뉴욕타임스 기사에 소개되기도 했죠? 본인들도 놀랐을 것 같아요?
박종현 : 저희가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 참여했을 때에요. 그 공연이 2,000팀 정도가 참여하는 페스티벌이거든요. 결산 기사에 브루스 스프링스틴, 피오나 애플 등등 10개의 팀을 언급했어요. 그리고 영미권이 아닌 밴드도 3팀을 소개했는데 그 중 하나로 소개가 된 거죠. 내용도 “엄청난 연주를 들려주었다,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보여줬다”라고 적혀있더라고요. 영광도 영광이지만 신기했어요. 그 와중에는 괜찮은 밴드 많았을 텐데, ‘아니 우리가!’라는 생각이 컸죠.
한류처럼 우리 록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을 것 같은데요?
박종현 : 저희뿐만 아니고 3호선 버터플라, 크라잉 넛, 옐로우 몬스터즈도 같이 공연했거든요. 그런데 유례없이 사람들이 많이 모였어요. 경찰들이 와서 인원 제재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마 신선하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어요. 미국에서 한국의 록밴드가 공연하는 자체부터가요. 그리고 그만큼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있는 밴드들이니까요. 기회와 시간이 충분히 서포트 된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주현 : 사실 저희는 일단 놀러 가는 마음으로 갔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어요. 워낙 같이 공연한 밴드들이 훌륭한 팀이라고 보기 때문에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고요.
그동안 북미 외에도 유럽, 홍콩, 대만 같은 많은 나라에 공연을 다니셨잖아요. 다른 나라 반응은 어떤가요?
김희권 : 유럽에서는 한국에 밴드가 있는지도 몰라요. “슈퍼주니어 곡 연주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죠. 가장 인상적인 곳은 일본이었던 것 같아요. 음악 환경 자체가 체계적이고 규모가 커요. 도쿄에만 라이브 클럽이 1,000개가 넘는다고 하니까요. 시스템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약간의 차이는 있죠. 한국 같은 경우는 우리가 엔지니어에게 부탁하는 입장이라면, 일본은 우리가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줘요. 약간은 기계적인 느낌이 있긴 하지만요.
다른 나라 인디신은 우리나라와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이주현 : 부러운 것이 많았어요. 일단 큰소리 나는 악기를 공연할 수 있는 장소가 많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악기가 ‘쾅!’하고 울리면 ‘아이고, 귀가 찢어지네’하며 동네에서 전화 오고 난리가 나요.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악기를 거리에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죠. 그리고 그런 음악을 즐기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한국 사람이 제일 잘 노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웃음)
투어를 하면서 느낀 점은 뭘까요?
이주현 : 함께 투어를 돌았던 밴드들을 통해서 배운 건데요.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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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 첫 앨범처럼 머리를 싸맸습니다. 새로운 마음을 새기자, 그리고 (앨범)에 너무 연연하지는 말자는 생각이었어요. 한국에서 우리가 앨범을 낸다고 크게 화제가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밴드를 한 지 6년 정도 되었는데 초심을 잃지 말자는 마음가짐도 있었고요. 그래서 앨범제목도 < Galaxy Express >로 지었어요.
이번 앨범에서 중점을 둔 것은 뭔가요?
박종현 : 전 앨범들은 우주선이 뜨긴 했는데 덜컹거리고 멀미가 심했죠. (웃음) 하지만 이제는 안정감 있는 비행을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감성적인 면에서는 1, 2집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에너지나 태도가 바뀐 건 아니니까요. 이번에는 릴 테이프로 녹음해서 따뜻한 느낌도 있고요. 어렵게 안가고 우리가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었어요.
김희권 : 확실히 사운드가 좋아졌어요. 작업하면서 2집도 재녹음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주현 : 사운드 색이 독특하죠. 특히 저희가 좋아하는 밴드에 대한 오마주를 많이 담아냈어요. 레드 제플린이나 AC/DC, 스투지스같은. 이게 “AC/DC 같으니까 하지 말자”가 아니라, 오히려 “AC/DC 같으니까 해보자”라는 식이었죠. 굳이 숨기지 않고 더 드러내려 했죠.
이번 앨범은 특히 가사가 많이 바뀐 느낌입니다. 더 단순해지고 반복되는 느낌이 드는데요?
이주현 : 가사는 음악의 분위기에 몰입하는 데 주력했어요. 상상력을 저해하지 않는 측면에서요. 들으면 별 내용이 아니지만, 큰 의미가 보이도록 함축적인 의미를 담았죠. 사실 텍스트 자체로는 한국말이 힘들어요. ‘깍두기’라는 단어가 하나만 나와도 갑자기 곡이 촌스러워지기도 하고요. 자극적인 것 빼고, 뻔한 말들도 다 뺐어요.
멤버 각자가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들은 뭘까요?
박종현 :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어요? (웃음) 뭐, 굳이 뽑자면 저는 「언제까지나」에요.
이주현 : 저는 그날그날 다르지만 「호롱불」이 가장 좋아요. 한국의 냄새도 있고 저희의 에너지도 담겼다고 생각해요.
김희권 : 다 좋아하는데, 저는 「How does it feel」의 마지막 절규에서 항상 닭살이 돋아요.
이번 앨범이 음원으로는 들을 수 없지요? 앨범으로만 팔면 음악을 알리는 데는 장애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박종현 : 현재 음원 판매가 부당하게 거래된다고 생각해서 '스탑 덤핑 뮤직(Stop Dumping Music)'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당장의 이익 때문이 아니라요. 장기적으로 음악가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요. 음원 사이트들 광고 카피들도 마음에 안 들어요. “가장 싸게 듣는 방법 아니?”같은 광고 문구는 정말 짜증이 나요. 음악을 무슨 물건 팔듯 하는 것에 반감이 생겼어요. 그럼 음악 자체가 너무 하찮게 되는 것 같잖아요. 사실 해리빅버튼(HarryBigButton) 형들이 먼저 했는데, 그 분들 인터뷰를 보고 감명을 받았죠. 생명력을 가지고 넓게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주현 : 사실 저희 음악은 무료로 들려드려도 좋습니다. 우리가 음반이나 음원을 많이 파는 밴드도 아니고요. (웃음) 하지만 계속 이렇게 음원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소비자, 판매자 모두에게 나쁠 것 같아요.
김희권 : (음악 유통 구조가) 말이 안 되는 구조에요. 곡당 33원? 과연 이게 누굴 위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라이브공연도 공짜로 오면 보다가 나가요. 하지만 내 돈 주고 공연 오면 달라지거든요. 그런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롤링 스톤즈의 < Charlie Is My Darling >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중에 믹 재거가 “무대 위에서는 연기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갤럭시 익스프레스도 항상 격렬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 공감하십니까?
박종현 : 기본적으로 무대 위에서는 연기가 있어요. 생각해왔던 멋진 모습을 그대로 무대에서 잘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열망의 음악’이 록이잖아요. 격렬한 음악은 격렬한 몸짓과 발짓으로, 하지만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창기 때 김희권은 이등병처럼 공연했어요. (웃음)
김희권 : 연기가 아니면요. 그냥 기계처럼 치게 돼요. 처음에는 진짜 로봇처럼 쳤어요. 많은 드러머들을 모니터링하면서 따라 하고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주현이형이나 주위 사람들이 “너도 코러스 넣고, 이리저리 해봐라. 너는 혼자 왜 심각하냐?” 같은 요구를 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고 무대를 즐기고 있어요.
이주현 : 연기라고 해서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고요. 자연스럽게 “록은 이런 거다”라는 걸 표현하는 것 같아요. 소리를 들려주면서 퍼포머 스스로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거죠. 엘비스 프레슬리가 개다리춤을 추고, 척 베리 오리걸음을 했죠. 사실 이게 주변에서는 놀림거리가 되거나 왜 했냐는 식으로 물어봤겠지만요. 그게 록이죠.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언제나 강성, 어려운 길을 택합니다.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이주현 : 사실 우린 좀 무식한 것 같아요. 남들이 볼 때는 안 가 봐도 알 수 있는 건데요. 우린 굳이 힘들게 가서, 갔다 온 다음에 신나하죠. 물론 미리 걱정하면 못 가겠죠. 하지만 걱정은 자기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일이거든요. 가보자, 가서 생각하자, 그러고 가보는 거죠. 해보고 안 되면 다시 시작하면 돼요. 우린 잃을 게 없거든요.
갤럭시 익스프레스, 앞으로 어떤 밴드로 남고 싶은가요?
박종현 : 오래 밴드 생활을 하고 싶어요.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날 그날 재미있게, 공연도 재미있게 하고요. 스스로 계기를 만들면서 좋은 음악을 내놓고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김희권 : 계속 변화할 수 있는 밴드로 남고 싶고, 주구장창 이 밴드를 하고 싶어요. 롤링 스톤즈처럼 말이죠.
이주현 : 음악을 좋아해서 시작한 것처럼 음악을 계속 좋아하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그게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겠죠. 늙어서도 할 수 있는 밴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셋 좋으려고 하는 것. 그게 갤럭시 익스프레스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 김반야, 신현태
정리 : 신현태
사진 : 김민
정리 : 신현태
사진 : 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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