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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민 “페라리 같은 책을 쓰는 작가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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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장용민

 

욕망이 낳은 인형에 대한 이야기 『불로의 인형』


『불로의 인형』은 기원전 210년,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이야기의 한 가운데에는 기괴한 모습을 한 꼽추 인형이 있고, 그 인형은 진시황과 불로초의 비밀을 품고 있다. 영생의 열쇠를 간직한 인형이라니, 도대체 어떤 사연이 감춰져 있는 것일까. 이야기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21세기 서울에 살고 있는 큐레이터인 ‘가온’의 손에 ‘불로의 인형’이 들어오게 된 것. 남사당패의 우두머리였던 가온의 아버지는 인형과 함께 이복 여동생 ‘설아’를 지켜야 한다는 유언을 남긴 채 죽음을 맞는다. 그날부터 가온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에게 쫓기게 되고, 인형 속 잠들어있는 진실에 점차 가까워진다.

 

진시황의 불로초를 찾기 위해 떠났다는 서불(徐?, 혹은 서복徐福)의 전설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중일 삼국을 무대로 장용민 작가가 쌓아올린 이야기는 수많은 시간과 사건들을 끌어안고 있다. 청일 전쟁과 갑신정변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 작가가 감춰놓은 진실의 퍼즐 조각을 찾다보면,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혼란에 휩싸일 정도. 거대한 스케일로 예측 불허의 상상력을 펼쳐 보이는 작가 특유의 매력이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간결한 문장과 빠른 전개, 쉴 틈 없이 호기심을 자극해 오는 서스펜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렇듯 생생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장용민표 이야기’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1996년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의 시나리오로 한국영화진흥공사가 주최하는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기발하고 치밀한 상상력을 가진 이야기꾼의 탄생을 예고한 것. 이후 『운명계산시계』『신의 달력』을 발표하며 한국 추리소설계의 기수로 떠오른 그는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궁극의 아이』의 시놉시스만으로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으며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또다시 1년이 흐른 지금 『불로의 인형』속 장용민 작가의 상상력은 여전히 그 끝을 짐작할 수 없고, 거침없이 달려가는 서사의 힘은 더욱 강력해졌다. 도대체 그 동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불로의 인형』을 열쇠 삼아 채널예스가 장용민의 이야기 세계로 들어가 봤다.


“진시황 불로초의 비밀은 오래전부터 마음에 방점처럼 찍혀 있던 이야기였다”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불로의 인형』으로 탄생하게 된 데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예전부터 진시황과 불로초 이야기는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니까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죠. 서복과 그가 찾던 불로초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남아있지 않아요. 사마천의 사기에 이야기가 조금 실려 있는데 그것도 거의 남아있지 않죠. 사실 일본에는 서복을 모시는 신사가 있어요. 구전 설화처럼 전해지는 이야기들도 많이 있는데 실제 기록은 없고요. 그래서 서복과 불로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한중일 삼국의 인형극에 대한 이야기를 봤는데, 인형극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창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내는 일부터 시작해서 1년 동안 준비한 끝에 『불로의 인형』을 완성할 수 있었죠.

 

잘 쓰여진 팩션이 그러하듯 『불로의 인형』에서도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자료 조사에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일 텐데요.


거의 반 년 동안 자료조사만 했어요. 인형극이나 역사에 대한 자료도 많이 보고요. 인형극보다는 인형극에 담겨 있는 중국 역사 부분을 조사하는 게 더 힘들었죠. 일본의 경우에는 고대사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분라쿠(일본의 전통 인형극)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어요. 한국도 마찬가지인데요. 진시황 시대가 삼한 시대쯤 되는데 그때의 기록은 별로 남아있지 않아요. 삼국유사와 같은 기록도 700년 후에 만들어진 사료니까 ‘실제 사실과 얼마나 일치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역사학자들도 의심스러워하는 면이 있어요. 그렇다 보니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버리자고 생각했죠.

 

‘진시황의 불로초’와 ‘갑신정변’이라는 두 이야기의 연결 고리는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처음의 시놉시스에는 갑신정변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어요. 그 상태로 작품을 다 쓰고 보니까 밋밋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흥미로울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하다가 갑신정변이 떠올랐어요. 갑신정변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써보고 싶었거든요. 팩트만 가지고 이야기를 쓸 생각으로 자료를 조사하면서 공부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불로의 인형』 이야기 안에 넣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결국 처음의 초고와는 많은 부분 달라졌죠.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역사적 사실들이 실제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설정인데요. 어떻게 그런 상상이 가능한지 놀랍습니다.


항상 고민을 하죠. 방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길을 가다가 미녀와 만나는 일과 비슷한 것 같아요. 미녀를 찾아다닌다고 해서 만나는 건 아니잖아요.

 

우연을 가장한 운명인 건가요?


운명이라기보다, 계속 유심히 보다보니까 나타나는 게 아닐까요?

 

만나고-장용민

 

상상력으로 역사의 빈틈을 메우다


발표하시는 작품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호평을 받고 계신데요. 끊이지 않는 상상력의 원천이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희 부모님은 무엇을 강요한 적이 없으셨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한 적도 없으셨고요. 그래서 많이 놀고 책도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비디오가 있는 집이 많지 않았는데 저희 집에 비디오가 있었어요. 그래서 친구들을 불러다가 일본 만화도 많이 보고,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기도 했죠. 그런 시간들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여러 분야를 경험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림을 그렸던 것도, 영화를 공부했던 것도 그렇죠. 하지만 제가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어요. 

 

영화감독을 준비하면서 처음 글을 쓰게 되신 건가요?


그렇죠. 저는 글을 쓸 줄도 몰랐고 써본 적도 없었어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가 영화화되고 있을 때 소설로 출간하자는 제의를 받았고, 그렇게 첫 소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을 쓰게 됐어요. 먼저 시나리오로 썼기 때문에 이야기는 전부 머릿속에 있는 상태였죠. 친구들한테 얘기해주는 것처럼 재밌게 쓰자고 생각했고 시작했어요. 그렇다 보니 6개월 만에 책이 출간됐어요. 영화 개봉은 그 뒤에 이루어졌죠.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특별히 하시는 작업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글을 쓸 때 좋은 영화를 틀어놔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좋아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영화를 틀어놓죠. 글을 쓰느라 화면을 보지는 않지만 ‘저 정도의 이야기는 써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리고 글이 막히면 좋은 소설 작품을 읽죠.

 

어떤 소설가의 작품을 좋아하세요?


움베르토 에코를 좋아해요. 제가 태어나서 읽은 추리소설이 딱 두 권이에요. 『푸코의 진자』『장미의 이름』그 두 권을 수십 번 읽었어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안에도 『푸코의 진자』에 대한 오마주가 담겨있어요. 『푸코의 진자』에 보면 페이크 역사를 책으로 출간하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에서도 소설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사건이 시작돼죠.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를 더 이어가보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상상이나 공상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으셨나요?

그게 제가 하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림을 그려도 그렇고, 영화를 만들려고 해도 상상을 해야 하잖아요. 제가 쓰는 이야기의 8할은 군대에서 만든 거예요.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도 그때 만들었고, 소설 『신의 달력』『궁극의 아이』모두 군대에서 생각해낸 이야기예요. 

 

역사를 좋아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상력 자극에 도움이 되기도 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역사 속의 ‘빈틈’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죠. 왜냐하면 역사는 관점에 따라서 다르거든요. 정복자의 입장에서 쓴 역사책과 정복당한 자가 쓴 역사책이 전혀 달라요. 일본이 쓴 한국 역사와 한국이 쓴 한국 역사가 다른 거죠. 지금 남아있는 역사책도 실제 있었던 역사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요.

 

그런 점에서 『불로의 인형』에는 기록되지 않은 이들의 역사가 등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온의 아버지가 속해있는 사당패의 이야기가 그렇죠.


사실 사당패에 대해 기록한 사료는 별로 없어요.『불로의 인형』에 적은 것처럼, 안성 남사당패가 공연이 없는 겨울철에 청룡사에서 지냈다는 이야기는 사실인데요. 그들의 기록이 청룡사에 남아있다는 건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죠.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 혹은 인문서도 많이 읽으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요즘에는 작품을 위해 필요한 책을 많이 읽지만, 예전에는 역사 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죠. 저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들을 좋아해요. 믿기 힘든 역사 속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같은 거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재밌게 읽었어요. 

 

만나고-장용민

 

페라리 같은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불로의 인형』에서 대표적인 허구의 인물이라면 창애를 꼽을 수 있을 텐데요. 그를 탄생시킴으로써 극대화시키려 한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불로의 인형』이 욕망을 좇는 인간의 이야기잖아요. 욕망하는 것을 얻으려하는 자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에 그것을 얻게 되는 자는 처음부터 대가를 치르고 태어난 자이기를 바랐고요. 그리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얻을 수밖에 없는 자이길 원했어요. 그 결과로 마치 숙명처럼 대가를 치르면서 살기를 바랐고요.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불로의 인형』에서도 간결한 문체와 빠른 진행이 돋보입니다. 영화감독을 꿈꿨던 지난 이력의 영향이 아닐까요?


소설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루하면 안 되고요. 그건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충분히 재밌게, 빠르게 진행하면서도 할 얘기를 다할 수 있거든요. 제가 쓴 이야기를 독자들이 막힘없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의 작품은 “문장 하나하나를 그림 또는 영화 장면처럼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예전부터 그림을 그렸고 영화를 공부하기도 했으니까, 거기에서 영향 받은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미대에 진학하셨는데, 대학 4학년 때 갑자기 진로를 바꿔 영화감독을 준비하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해서 미대를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영화를 시작하게 된 건 당시 여자 친구의 한 마디 때문이었는데요. 좋은 영화를 많이 찾아서 보는 친구였어요. 오히려 그때까지 저는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영화를 보고 나면 꼭 저한테 어떻게 봤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어느 날은<야곱의 사다리>라는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하는데 장황하게 설명하는 저를 보면서 ‘영화를 하면 참 잘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군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뭘 해야 될지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 난 다음부터는 영화를 더 유심히 보게 됐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도 저 정도는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런데 군대에서 시나리오 공부를 하려니까 책을 구할 수가 없잖아요. 영화를 볼 수도 없고요. 그래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어요. 제 이야기가 영화보다 소설에 적합한 이유도 그래서일 거예요. 소설의 서사를 읽으면서 이야기 만드는 법을 배웠으니까요. 영화 시나리오를 쓸 때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현재 『궁극의 아이』의 영화화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을 포함해서 두 편의 이야기가 영화의 원작이 되었는데요. 직접 연출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건 감독이 알아서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직접 하고 싶지는 않아요.

 

“순수문학 위주의 사회와 문학계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하신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판타지나 로맨스 같은 장르문학이 주류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으셨고요.


장르 문학이라는 말을 쓰는 나라도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나누는 것도 우스운 일인 것 같고요. 외국은 소위 말하는 장르 소설이 대부분의 출판 시장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장르라고 말하기보다는 재밌는 소설들을 많이 쓰죠. 추리소설도 있고 판타지도 있고요. 그 유산이 깊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소설이라고 하면 그런 이야기들을 떠올리지, 우리나라처럼 순문학적인 소설을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볼 때 그 이유는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멋진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게 피카소 같은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거예요. 누구나 그걸 보고 직관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러려면 기능적인 면이나 기술적인 면이 갖춰져 있어야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사람은 없고 피카소 같은 사람만 많은 것 같아요. 저는 페라리 같은 책을 쓸 거예요.

 

근본적으로는 ‘과연 소설의 본질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을 텐데, 작가님의 대답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재미죠. 소설은 재미있어야 돼요. 감동이 있어야 되고요. 재미있는 책이 나오지 않으니까 독자들이 외면하고 시장이 줄어든다고 생각해요.

 

작가님께서는 소설을 쓸 때 ‘과연 독자들이 재미있어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실 것 같습니다.


그럼요. 저도 재미가 있으면 읽지 않아요.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인간적인 감동도 있어야 되고요. 그리고 책은 영화와 달라서 지적인 면에서 충족되는 면도 있어야 하죠. 그렇다고 독자들보다 너무 앞서가도 안 돼요. 반 보 혹은 한 보 정도 앞서서 나아가야지 『푸코의 진자』처럼 너무 어려워도 독자들이 읽지 않아요. 움베르토 에코는 추리소설을 써보지 않겠냐는 말을 듣고 ‘추리소설을 쓰려면 이 정도는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푸코의 진자』를 썼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서 『푸코의 진자』를 읽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는데 스토리만 뽑아놓고 보니 너무 기발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성당 기사단이 비밀을 가지고 몇 년에 한 번씩 만남을 가지고, 그레고리력이 퍼져나가면서 만남의 날짜가 어긋나는, 그런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잖아요. 지금도 그 작품보다 멋진 추리소설을 본 적이 없어요.

 

만약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만나지 않았다면 다른 장르의 소설가가 되셨을 수도 있겠군요.


그럴 수도 있죠. 그 분의 영향을 참 많이 받았어요. 정말 멋있더라고요. 엄청난 인문학적 지식과 그걸 하나로 엮어내는 기발한 상상력,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그 상상력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만나고-장용민

 

순수문학과 장르문학을 구분 짓는 독자들에게 요구되는 인식의 전환은 무엇일까요?


저는 독자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어요. 재미있는 책이 많이 나오면 그런 경계에 관계없이 작품을 사랑해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현상은, 추리소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이 대부분 일본 작품이라는 거예요.

 

그만큼 한국의 추리 소설 시장이 너무 외면 받고, 그로 인해 성장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아닐까요?


추리 소설을 어느 수준 이상으로 쓰기가 어려워요. 추리 소설을 잘 쓰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예요. 영화 중에서도 SF와 추리 장르가 제일 어려워요. 시나리오를 쓸 때나 연출을 할 때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결국 이런 현실은 시장 논리에 의해서 바뀔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책이 많이 나오면 바뀔 것이고, 또 그 이야기가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하죠. 그렇게 되면 시장 논리에 의해서 알아서 바뀌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계속 재미있는 책을 쓸 거고 해외로 진출할 생각도 하고 있어요.

 

독자들의 선택을 믿는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럼요. 돈을 내고 사서 보는 책인데 아무 이유도 기준도 없이 선택하겠어요? 그렇지 않죠.

 

그렇다면 재미있는 소설이란 무엇을 갖춘 이야기일까요?


상상력이 있어야 하고, 창의력이 있어야 하죠. 기존의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창의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무언가 자기만의 것이 있는, 상상력이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어요.

 

『불로의 인형』 안에서 독자들이 무엇을 발견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기대하는 건,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소설을 다 읽고 난 후에 ‘재미있게 잘 썼네’라는 한 마디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재미있다는 감상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후에 어떤 반응이 이어지길 바라실 것 같습니다.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재미의 층위가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한 꺼풀 벗길 때마다 또 다른 재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렇게 쓰려고 노력하기도 했고요. 결국 그 안에는 사람이 있는 건데요. 창애 이야기는 사실 아버지 이야기예요. 가온의 이야기도 그렇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나 욕망에 대한 이야기나, 결국은 사람 이야기죠.

 

『불로의 인형』에 층층이 쌓여 있는 재미들은 무엇인지 알려 주세요.


고대에 있었던 창애의 비밀, 그것을 하나씩 벗겨나가면서 드러나는 담멸의 비밀, 100년 전 있었던 회합에 대한 비밀, 가온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에 대한 비밀, 가온과 아버지와의 숨겨졌던 이야기들. 그런 것들이죠.

 

말씀하신 것처럼 『불로의 인형』의 이야기는 많은 서사들이 얽힌 채 진행됩니다. 혹시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까봐 고민하기도 하셨나요?

 

그걸 제일 많이 고민하죠. 독자들이 읽고 한 번에 정리가 되어야 하니까요.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사실은 간단한 얘기예요. 모르는 부분을 넘겨도 내용을 알 수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구상 중인 작품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에디슨이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만들었던 기계-귀신과 통화할 수 있는 기계에 대한 이야기하고, 도서관 사서인 괴팍한 할아버지가 자신의 모든 지식을 동원해서 한 소녀를 구하는 이야기인데요.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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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장용민 저 | 엘릭시르
일류 큐레이터로 성공 가도를 달리며 살아가던 가온은 남사당패 꼭두쇠인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받는다. 아버지의 죽음에 의심을 품고 진상을 파헤치던 가온은 배다른 동생 설아를 통해 아버지가 남긴 알 수 없는 초대장과 꼭두쇠에게만 전해진다는 기괴한 인형을 얻게 되는데……. 인형의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질수록 믿을 수 없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국와 일본, 중국을 오가며 펼치는 서스펜스와 스릴의 향연! 이천 년에 걸친 인형과 불로초의 비밀, 3국의 역사에 얽힌 사연들이 벼락같은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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