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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대디 정우열 “엄마들이 육아 우울증에서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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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아빠 육아 마스터가 들려주는 엄마의 마음


육아 전쟁의 현장에서 엄마들은 오늘도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해내고 있나’ 새삼 감탄하면서도 ‘왜 조금 더 잘하지 못했을까’ 하고 자책한다.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많다. 서점에도, 인터넷 세상에도, 차고 넘친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나와 딱 맞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설령 찾는다 해도 그대로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머리와 가슴의 거리가 이다지도 멀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

 

어쩌면 엄마들에게 진짜 필요한 건 육아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공감’이 아닐까. 상황이 달라도 비슷한 감정들을 나눌 수 있는 어떤 존재가 필요한 것 아닐까. 엄마들만을 위한 엄마들만의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가끔씩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때로는 아이와 남편이 한없이 미워 보이는 것도, 모든 엄마가 겪는 일일 뿐 너무 괴로워할 필요 없다고 다독여주기 때문이다.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이 독자들에게 건네는 이야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엄마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해설’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의 저자인 정우열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 대디’다. 그는 출산 후 직장에 복귀한 아내를 대신해 주양육자로서 아이들을 돌봐왔다. 매 순간 생소한 순간들과 감정들을 마주하면서 ‘엄마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아빠’가 되었고, 블로그 ‘육아빠의 정신 있는 블59’와 책 『아빠가 나서면 아이가 다르다』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함께 나눴다. ‘이렇게 엄마의 마음을 절절하게 느끼는 아빠가 또 있을까’라는 놀라움은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저자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알고 있는 육아의 실상(!)에 대해 들려줌으로써 엄마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오늘은 아이에게 화내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그 바람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는 걸 보면서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를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미워하기도 하는 자신이 엄마로서 자격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두렵고, 그렇게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엄마 때문에 아이가 혼란스러워하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 엄마의 시간이다. 저자 역시 그 순간들을 오롯이 견뎌냈다. 덕분에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에는 육아 전투의 현장이 생생하게 담기게 됐다.

 

그러나 저자 정우열은 단순한 공감을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정신의학과 전문의로서 자신이 들려줄 수 있는 조언을 세세하게 덧붙인다. 자신의 애착 경험이 아이에게 대물림 될까봐 걱정하는 엄마들에게,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에게, 아이가 겪는 모든 일들이 자신 탓인 것만 같아 불안해하는 엄마들에게, 남편과의 사이에서 또는 직장 내에서 갖은 문제들에 부딪히는 엄마들에게, 상황별 맞춤 처방을 내려준다.

 

언뜻 엄마들만을 위한 이야기로 보이지만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이 담고 있는 감정은 보다 보편적인 것이다. 마음먹은 대로 실천하지 못해서 좌절하고 자괴감을 느끼는 것이 엄마들만의 일은 아닌 까닭이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 날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도, 내 감정조차 어쩌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이 아니던가. 그래서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은 육아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누구나 겪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다.

 

 

육아가 힘든 진짜 이유는 ‘감정 조절의 어려움’

‘육아하는 아빠’를 선택한 계기가 있었나요?


미리 계획했던 건 아니었어요. 유달리 아이를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요. 우연히 시기가 맞았던 거죠. 제가 직장을 옮기려고 했을 때 첫째 아이가 태어났거든요. 그래서 아내와 함께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면서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돌봤고, 자연스럽게 육아 방법도 터득하게 됐어요. 보통의 엄마들과 똑같죠. 미리 예습을 한 후에 엄마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아내가 출산휴가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한 후에는 9개월 정도 혼자 양육을 맡았어요. 어머님이나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길 생각도 했었지만, 보통 엄마들이 고민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지금도 아이들의 주양육자는 작가님인가요?


네. 한 번 시작하면 끊을 수가 없어요. 아이가 저를 엄마처럼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저 역시 보통의 엄마들과 같은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거든요. 제가 직장을 옮긴 후에도 1년 정도는 주 3일 근무를 하면서 나머지 시간에는 아이를 돌봤어요.

 

아빠로서 들여다 본 엄마의 세계, 육아의 세계는 어땠나요?


처음에 혼자 아이를 돌봐야 했을 때는 불안했죠. 그런데 걱정이 너무 컸던 탓인지, 막상 시작해 보니까 괜찮더라고요. 아무래도 아빠가 엄마보다 체력적으로 더 강하니까 수월한 측면도 있었어요. 그렇게 교만한 마음으로 한 달을 지냈죠(웃음). 그런데 아이와 하루 종일 집에만 있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일도 하지 않다 보니까, 육아 우울증 비슷한 게 오더라고요. 외롭기도 했고 ‘내가 왜 사서 고생인가’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어떤 건지, 본질적인 질문도 하게 됐어요. ‘이게 육아 우울증이구나,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이전에는 머리로 알던 걸 마음으로 느끼게 된 거죠.

 

작가님께서 찾으신 해결책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의사로서 엄마들한테 권유했듯이, 외출을 많이 했어요. 사실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려면 챙겨야 할 것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런데 귀찮더라도 그렇게 준비를 해서 몇 시간이라도 밖에 머물다 오는 게 좋더라고요. 저는 점심은 꼭 밖에서 먹자고 생각했고, 아이랑 같이 나가서 점심을 먹고 산책한 후에 돌아오는 패턴을 지속했어요. 그랬더니 금방 회복되더라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힘든 순간들은 있었을 텐데요.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잖아요. 저녁 때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오면 아이를 맡기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는 못해요. 남편이 아이를 잘 돌볼지 불안하고, 아이와 떨어져 있는 게 미안하니까요. 저도 그런 마음이 있었지만 극복하려고 했어요. 아내가 못미더워도 아이를 맡기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운동하러 다녔죠. 그랬더니 아내도 아이와 더 친해지고 육아에도 익숙해지더라고요. 저도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재충전이 돼서 아이를 더 잘 돌보게 됐고요.

 

연년생 자녀를 두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둘째가 태어난 이후에는 육아가 더 힘들어지셨을 것 같아요.

둘째가 태어난 후에는 완전히 달라졌죠. 첫째 아이를 돌볼 때는 자신감이 충만했고, 육아가 생각보다 쉽다고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제가 들었던 바로는, 아이 둘을 키우면 하나를 키울 때보다 두 배 더 힘든 게 아니라 열 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면서도 크게 와 닿지는 않았었는데요. 직접 경험해 보니까 열 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섯 배는 힘든 것 같아요(웃음).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셨나요?

감정 조절이 어렵다는 거였죠. 아이가 한 명일 때는 제가 아는 이론을 고수하려고 했는데, 둘째까지 돌봐야 하니까 그게 안 되더라고요. 마음이 조급해지고 예민해지고요. 수면시간도 줄어들면서 감정 기복도 심해지는 걸 경험했어요. 그렇게 복잡한 감정을 경험해야 한다는 게 육아에서 제일 힘든 부분이더라고요. 그 사실을 깨달아서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을 쓰게 된 거죠.


죄책감 느끼는 엄마여도 괜찮아요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에서 말씀하셨듯이, 많은 엄마들이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엄마들을 만나면 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괜찮다고, 쓸데없는 죄책감을 느끼는 건 아이에게도 독이 된다고 이야기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까 그게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감정이더라고요. 육아하는 아빠로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죄책감을 느끼는 거예요. 머리로는 그러지 말아야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으로 느끼는 건 또 다르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엄마들을 대하거나 상담할 때 많이 바뀌었어요. “죄책감을 가지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죄책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겁니다”라고 말하는 거죠. 죄책감을 갖는다는 사실 때문에 감정적으로 더 힘들어지는 것보다는 왜 그런 감정을 경험하는지를 아는 게 더 낫더라고요.

 

이번 책에서 죄책감과 함께 분노에 대해서 설명하고 계신데요. 두 감정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요? 


분노는 죄책감과 연결돼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이 있는데, 사회화가 되는 과정에서 억누를 수밖에 없게 되거든요. 공격성과 성적 본능이 대표적이에요. 그 중에서도 공격성은 엄마가 되면서 더 억누르게 되죠. 사실 본능이라는 건 억누른다고 없어지지 않거든요. 적절하게 표현해야 해소되고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어요. 그런데 엄마라는 페르소나, 즉 자신에게 강요되는 사회적인 인격이 강해지면서 압박감을 느끼면 자연스럽지 못하게 돼요. 과도하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거죠. 아이에게는 항상 웃어줘야 할 것 같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어야 될 것 같잖아요. 그러면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지는 거예요. 점점 진짜 자기 감정과 멀어지고 표출하지 못한 분노가 쌓이게 되고요.

 

감정 조절을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원인이 있나요?


감정을 억누르다가 그것이 너무 힘들어지면 방어체계가 무너져버려요. 그런데 엄마의 삶은 감정 조절이 무너지기 쉽죠. 제대로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없으니까요. 어떤 사람이 감정적으로 힘든 상태인지 알 수 있는 두 가지 지표가 수면과 식사거든요. 실제로 우울증이 심한 분들은 수면장애를 겪고요. 음식을 섭취하는 데 있어서도 폭식을 하거나, 입맛이 없어서 체중이 줄기도 해요.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요. 잘 자고 잘 먹지 못해서 신체 리듬이 무너지면 심리적으로 취약해지는 거예요. 엄마의 삶이 딱 그렇죠. 아이가 태어나면 못 먹고 못 자는 거예요. 그게 반복되면 심리적으로 취약해져서 우울증도 오고, 감정 조절도 어려워지고, 평소에 억눌렀던 분노와 공격성도 더 표출되는 거죠.

 

때 느끼는 분노가 아이에게 향하게 되면 엄마는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걸까요?


공격성이 자신에게 표출될 때 느끼는 감정이 죄책감이에요. 스스로에게 ‘너는 나쁜 엄마야, 네가 잘못했어’ 라고 비난하고 공격하는 거죠. 반대로 공격성이 다른 사람에게 향하면 아이한테 분노하게 되는 거고요. 이성적으로 감정 조절이 잘 될 때는 화내지 않을 일인데도, 이럴 때는 아이에게 화를 내게 돼요. 그 대상이 아이가 아니라면,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남편한테 분노를 드러내게 되죠. 남편도 힘들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화가 나는 거예요. 남편 역시 아내의 감정을 머리로만 이해하죠.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까요. 별 것 아닌 일에도 짜증을 내는 아내를 보면서 예전과 다르게 이상해진 것 같고, 저런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아내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고 집 밖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기도 하는 거죠.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된다는 의무감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엄마라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돼요. 저도 그렇더라고요. 상담실에서 만난 분들에게 완벽할 필요 없다고 많이 얘기해왔는데도 말이죠. 그런 감정은 스스로 조절 불가능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더 빠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엄마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갈등으로 상담 받는 분들을 보면, 완벽주의를 추구하거나 도덕적 가치 기준이 높거나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심리적인 갈등이 많아요. 페르소나라고 하는 사회적인 인격에 맞춰서 살다 보니까 완벽하고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걸 추구하는데, 사람들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클수록 오히려 자신의 본능과는 멀어지거든요. 사람은 누구나 페르소나가 있어요. 반대로 그림자도 있죠. 그림자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어두운 면이에요. 스스로 바라보기조차 싫은, 무의식에 깔려 있는 어두운 면이죠.

 

타인이나 사회의 기대에 맞추어 살다보면 내 안의 그림자와 충돌하는 경우가 생길 텐데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페르소나만 바라보다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감정에서 멀어져요. 그럴수록 그림자는 점점 더 외면하게 되고요. 그렇게 갈등이 생겨나면 나중에는 그림자가 조금만 드러나도 쉽게 사로잡히죠. 엄마들이 작은 분노나 죄책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 경우인데요. 융은 페르소나와 자신을 구분하라고 이야기해요. 그림자도 자신의 일부일 뿐이고 페르소나도 나와 조금 다른 모습이라는 걸 인정하라는 거죠. 거기에 갇혀서 살 필요도 없고 버릴 필요도 없어요. 적절히 구분하면 되는 거예요. 페르소나와 그림자를 인정하고 사는 것과 그것에 사로잡혀 사는 것은 전혀 달라요. 나의 분노와 죄책감을 인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죠. 무의식적으로 억누른 것을 의식화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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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문을 걸어보자 “나는 이 아이의 엄마가 아니다”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적당히 좋은 엄마가 되면 된다”고 말합니다. 100점 엄마가 아닌 80점 엄마를 목표로 삼으라는 의미인데요. ‘나는 충분히 좋은 엄마다’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죄책감을 갖게 되고, 뻔뻔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자신에게도 아이에게도 그 편이 더 바람직해요. 저 역시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하곤 해요. ‘그래도 나는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80점짜리 아빠로는 충분하다’ 이렇게 계속 생각하면서 극복하는 거죠.

 

“매일 5분씩 내면에 있는 아이와 마주하라”고 조언하기도 하셨어요.


순수한 감정 그대로를 느끼라는 이야기인데요. 아이는 사회화가 되지 않은 상태잖아요. 논리적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도 않죠. 자신의 행동 이후에 닥칠 일을 생각하지도 않고 사회적인 위치도 고려하지 않아요. 그걸 5분이라도 생각하라는 거예요. 내면 아이인 내가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보라는 거죠. 너무 화가 난다, 그냥 도망가고 싶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 등등 어떤 생각이라도 좋아요. 엄마로서 아내로서 상상도 못했던 그대로의 감정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어요. 페르소나와 그림자 사이의 괴리로 인한 갈등이 적어지거든요. 그러면 감정적으로 안정이 돼요. 마음만 편해져도 생각이 조금 더 객관적으로 연결되죠. 5분 동안 감정에 충실하다 보면 생각이 객관적으로 바뀌는 거예요.

 

아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하신 ‘마인드 쉬프트’는 생소한 개념입니다. ‘저 아이는 나의 아이가 아니다’라고 생각해 보라고 하셨죠.


페르소나와 그림자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 순간적으로 페르소나를 버리는 거라고 할 수 있죠. ‘나는 이 아이의 엄마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엄마라는 페르소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거예요. 내 아이의 경우라면 예민해질 일도 남의 아이의 일이면 편해지는 부분이 있잖아요(웃음). 그렇게 잠깐 남의 아이처럼 여겨도 문제될 건 없어요. 오히려 분노의 감정이나 갈등에서 잠시나마 자유로워지죠. 말씀드렸다시피 감정이 편해지면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돼서 아이가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요. 그러면 또 나의 감정도 편해지고요. 자신은 모성애가 없는 것 같다고 고민하는 엄마들도 많은데요. 이 경우에도 엄마라는 페르소나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그 페르소나는 너무 이상화되어 있고 너무 완벽하거든요. 그것이 곧 내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해요.

 

육아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자녀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양육 경험인데요. 부모와 나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일일까요?


어렸을 때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힘들었던 경험이 있거나 불안정한 감정이 남아있으면, 그것이 아이한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더 힘들어져요. (양육을 하는 동안) 부모와의 사이에서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거든요.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면 힘들지 않을 텐데요. 어렸을 때 부모와의 관계가 불안정했던 사람들은 당시와 관련된 생각 자체를 차단해요. 아마도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에서 그런 내용을 마주한다면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야’라고 부정하면서 회피하게 될 거예요.

 

부모와의 애착 관계를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객관적으로 부모와 나의 관계를 바라보고 ‘우리 엄마아빠도 이런 감정들을 똑같이 느꼈고 완벽하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대체로 좋은 엄마였지만 순간순간 힘들었던 경험들도 있었던 거다’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애착 관계가 잘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게 통합이 되지 않고 갈등이 남아 있으면 극단으로 치닫죠. ‘우리 엄마는 나쁜 엄마다’라고 생각하거나 ‘우리 엄마는 완벽한 엄마다’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럴 때는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고 ‘나도 그럴 수도 있다’ ‘아이한테까지 대물림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이야기들을 조금씩이라도 접하는 게 좋아요. 상담을 받거나 책을 읽으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요.

 

아빠 육아를 원한다면 ‘육아의 맛’을 보여줘라


육아 우울증의 위험성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우울증의 가장 큰 증상은 의욕이 없어지고 무반응하게 된다는 거예요. 엄마가 아이에게 기본적으로 해줘야 하는 것은 정서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신체적 성장을 돕는 것인데요. 상호작용을 한다는 건 결국 애착을 형성하는 거죠. 애착의 3요소는 민감성 반응성 일관성이에요. 민감성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인데, 엄마의 마음이 힘들면 집중이 되지 않겠죠. 아이를 봐도 요구하는 걸 알 수 없는 거예요. 당연히 이해해줄 수도 없고요. 우울증에 걸려서 의욕이 없어지면 아이가 원하는 걸 알아채기도 힘들지만,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반응을 해줄 수 없죠. 일관성이라는 건, 처음부터 거대한 가치관을 잘 세워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켜나가는 게 아니에요. 감정에 따라서 이랬다저랬다만 하지 않으면 돼요. 그런데 우울증에 걸리면 감정 기복이 심해지거든요. 감정대로 일관성 없이 양육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에서 조언해 주신 육아 우울증의 예방법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엄마들은 잘 자거나 잘 먹을 수 없고 감정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우울증에 취약하기는 해요. 그렇지만 육아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이 있어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전에 우울증을 앓았거나, 너무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거나,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거나, 아이의 기질이 까다롭거나 등등 여러 가지 경우들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이렇게 이미 주어진 상황들은 바꿀 수 없잖아요.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한 가지는 ‘가족들의 지지’인 거죠. 그 중에서도 엄마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남편이에요. 남편이 공감을 잘 해주지 않는다면 정말 치명타라고 할 수 있죠. 반대로 잘 공감해주고 지지해주고 도와주면 정말 많은 도움이 돼요. 그렇게 육아를 분담하면서 육아 우울증이 예방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거죠.

 

“공감 스킬 자체에 집착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눈에 띕니다.


엄마들은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하기 때문에 스킬만 익히기가 쉬워요. 인터넷의 많은 팁들을 외워서 그대로 하는 거죠. 그런데 그것 자체는 본질이 아니에요. 공감의 본질은 상황 이해인데, 이해하려면 관찰해야 하거든요. 아이가 말하지 않아도 표정과 행동과 주변 상황을 통해서 마음을 유추하면서 이해해 주는 거예요. 이것 역시 감정 조절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죠. 엄마가 우울하면 집중도 안 되고 의욕도 없으니까, 관찰도 이해도 할 수 없어요. 객관적으로 상황을 제대로 바라보려면 감정이 편안해야 하는데, 공감 자체에 얽매여서 조급해진 감정으로는 관찰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감정을 잘 다스려서 평상심을 유지하기만 해도 아이와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는 거예요.

 

워킹맘들의 경우에는 육아와 일 모두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힘들어하는데요.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에 소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워킹맘들이 직장에서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많은 워킹맘들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연구 결과라는 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엄마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어서 소개했어요. 많은 분들이 이런 연구 결과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떳떳하게 당당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어릴 때는 워킹맘이 직장 생활을 하는 게 힘들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조금 더 자라고 나면 마음도 안정되고,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기기 때문에 열심히 일할 수 있죠. 그러니까 ‘길게 봤을 때 나는 이 직장에서 꼭 필요한 존재이고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직장에서 일도 잘하게 되고, 일이 잘되면 더 마음이 편해져서 집에 돌아와서 아이도 더 잘 돌볼 수 있을 거예요.

 

“아빠 육아의 최대 수혜자는 아이도 아니고 엄마도 아니고 바로 아빠”라고 하셨습니다. 그야말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 같은데요. 어떤가요?


저도 직접 깨달았고요.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에도 썼듯이 그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제가 아빠들의 커뮤니티나 육아 모임에서도 활동하는데, 같은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아빠들이 일단 ‘육아의 맛’을 보면 굳이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해요. 제 경우만 보더라도, 우연한 기회에 육아를 시작하게 됐는데 아이와 애착관계와 친밀감을 형성했더니 육아를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일과 병행하면서 힘들 때도 많았는데도 불구하고요. 사실 엄마들도 마찬가지예요. 육아가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아이에 대한 주도권을 남편에게 넘겨주지 않으려는 면이 있거든요(웃음). 아이가 나만 바라보고 나를 더 찾을 때 느껴지는 친밀감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걸 나눠주기 싫은 마음을 느끼는 건 아빠도 똑같죠. 그러니까 엄마 입장에서는 아빠에게도 그 느낌을 나눠줘야 해요. 그러면 아빠는 자발적으로 육아에 참여하게 될 거예요. 이미 ‘육아의 맛’을 알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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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정우열 저 | 팬덤북스
저자는 엄마들이 힘들어 하는 고민을 사례로 제시해, 그 감정에 대해 심리적으로 알려주면서 충분히 인지하게 하고, 왜 육아하면서 그런 감정이 들 수밖에 없는지 분석하고, 그 감정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감정에 대해서 알려준다. 그리고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간단한 솔루션을 제공해 엄마들이 육아하면서 느끼는 감정에 조금 유연해지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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