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서 제목이 난해하다. 『갈등하는 번역』이라니. 번역가의 고뇌를 말하는 듯하나 실상 정확한 표현이다. 저자 윤영삼은 “원칙과 규범을 의심하라”는 말로 독자들의 귀를 세운다. 번역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점은 “글쓰기나 번역하는 데 원칙은 없다”는 말이다. “규칙 같아 보여도 무조건 믿지 말고 의심하라”고 당부한다. 사소한 처방, 혼란스러운 규칙들만 좇으면 글쓰기의 본질적인 기능을 잊기 때문이다. 윤영삼 저자는 번역은 ‘목적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왜 번역을 하려고 하는가’를 잊으면 독자와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은 ‘번역 실무에서 번역 이론까지 번역가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하나, 번역에 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어도 꽤 유용한 책이다.
『갈등하는 번역』의 저자 윤영삼은 2003년부터 출판번역 프리랜서로 나서 인문서, 과학서 등 4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2007년부터는 출판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번역 강좌를 해오고 있으며 출판기획, 편집, 저술, 강의, 기술번역 등 번역과 관련한 여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직역과 의역으로 이야기하면 답이 없다
제목 때문에 책이 더 눈에 띄더라. 실용서 느낌이 아니다.
책의 감수를 해주신 라성일 선생님이 지은 제목이다. 너무 인문서 느낌이 있지 않나 싶었는데, 오히려 제목 때문에 반응이 좋은 것 같다. 번역하는 분들이 글을 쓰거나 책을 쓰면, 대개 문장구성을 갖고 형태구문, 물주구문을 비교하거나 한국어다운 글쓰기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실질적으로 번역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론이다. 이론을 설명하다 보니, 실제 번역한 글의 사례를 많이 찾았다. 예시로만은 이해가 안 될 것 같아, 번역 실전 노하우도 정리했다.
번역을 10년 이상 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수자와 함께 책을 썼다. 왜 감수를 받았나?
아무리 번역을 오래한 사람이라도 오역은 피해갈 수 없다. 또 번역을 하다 보면 익숙한 표현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 『갈등하는 번역』은 내가 번역을 한 게 아니라 번역을 가르쳐주는 책이기 때문에 내용의 정확성을 위해 감수를 받았다. 아이디어를 내고 집필을 시작하면서, 감수자 라성일 선생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구성도 바꾸고 목차 배열도 다시 정리했다. 선생의 날카로운 피드백과 평가 덕분에 저술 작업이 1년으로 늘어났지만 훨씬 좋은 책을 만들 수 있었다.
편집자가 직접 책을 쓰면, 왜 저자가 이렇게 고집 부렸는지를 그제야 실감한다고 한다. 번역가의 경우는 어떤가?
(웃음) 번역을 한다고 해서 책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번역을 오래 하다 보면 자기 생각이 좀 없어지는 것 같다. 역자 후기라도 쓰려고 하면 너무 힘들다. 직업에 타성이 좀 있는 것 같다. 책을 준비하면서 ‘내가 정말 책을 쓸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결과물을 제대로 내고 싶었는데, 어쨌든 끝까지 썼다. 작가가 번역가보다 훨씬 힘든 직업인 것 같다. 스스로 어떤 구상을 하고 아이디어를 찾아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 ‘창작은 작곡, 번역은 연주’라고 비유하는데, 이 책에서는 번역은 ‘목표 독자를 바꾸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번역가는 작곡가는 아니다. 지휘자 또는 연주자가 맞다. 모차르트 작품을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연주가 달라질 수 있는데, 변주를 하는 게 곧 번역가의 역할이다. 책에서 직접 언급은 안 했지만, 내가 번역을 다른 시각으로 인식할 수 있었던 건, 스코포스 이론과 번역행위 이론이다. ‘스코포스’는 그리스어로 ‘목적’이란 뜻이다. 1980년대에 나온 혁신적인 번역 이론인데, 번역을 기능주의적으로 본 관점이다. 번역 이론은 성경 번역부터 시작해서 2,000년 이상의 번역 역사가 있다. 20세기 중반까지 번역을 말할 때는 항상 ‘직역이 좋냐, 의역이 좋냐’로 평가했는데 이것으로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직역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번역가의 글을 보면 의역이 수두룩하다. 반대로 의역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의 번역을 보면 직역이 많다. 직역과 의역으로 이야기하면 답이 없다. 번역에 대해 아무런 실질적인 조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서문에서 ‘원칙과 규범을 의심하라’고 했다. 숱하게 강조되어 온 번역의 원칙들에서 모순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번역가의 길에 처음 들어섰을 때, 나 역시 어떻게든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하니까 계속 모방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번역을 계속해보니 금쪽같은 조언들이 답이 아니더라. 20년 이상 번역 일을 해온 사람들의 책을 읽어보니 너무 체계가 없는 거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바꿀 수 있다는 방법을 제시해놓았는데, ‘왜 이렇게 번역할까?’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해 번역학을 공부했다.
공부를 통해 ‘번역의 목적성’을 발견한 것인가?
번역이 사회적 행위, 곧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은 수신자가 이해하느냐 못하느냐, 아닌가? 텍스트 하나하나를 따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메시지의 목적이 중요하다. 이미 번역학에서는 소개됐지만 거의 이론적인 차원에서 그쳤다. 번역가들에게 매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론인데, 번역학도들만 알고 있으니 안타깝다. 번역을 연구하는 분야로 들어가면 깊이가 상당하다. 언어학 이론부터 시작해 기호학, 번역철학 등 상당히 방대하다. 사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번역가들도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하지만, 번역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그래서 책을 쓰게 됐다. 번역을 단순히 한국어답게 옮긴다는 의미를 넘어, 번역가가 과연 무슨 일을 하는지, 번역의 의미를 말하고 싶었다.
현업에서 느끼는 딜레마 중 하나가 “원작에 오류가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 그대로 번역할 것인가, 개입하여 개선할 것인가”라고 했다. 해답은 행위 참여자들의 ‘목적’을 고려해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저자와 번역자 사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딜레마가 될 수 있겠지만 여러 번역 행위 참여자가 원하는 번역 결과물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번역은 번역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번역을 하겠다는 출판사가 있어야 가능하다. 원작의 판권을 사오고 번역을 의뢰하겠다는 결정이 있어야 번역이 발생한다. 또 이 과정을 진행하는 건 편집자다. 어떻게 책을 만들고 번역하고 교정해야 하는지, 그 큰 협업 과정 속에 번역가가 있다. 번역가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하고, 번역가 자신의 어떤 기준으로 작업을 해서는 안 된다.
번역을 하다 보면, 수많은 어휘를 선택하기까지 고민을 해야 한다. 이 또한 목적성을 염두에 두고 선택해야 할 텐데.
이 어휘가 텍스트 전체에서 무슨 역할을 하느냐이다. 그런데 대개 독자들은 원문만 놓고 번역문을 판단하려고 한다. 그렇게 따지면 모든 번역은 다 오역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역일 수밖에 없는 번역을 왜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느냐다. 답은 번역의 효용성 때문이다. 번역은 원작을 100% 보여주지 못한다.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소통을 위해서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어느 정도는 의미가 손실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번역자가 의미를 보충하기 위해 첨가하는 부분이 있다. 여러 중재 작업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사회에서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어떤 의도로 왜 번역했는가’다.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번역문인가가 중요하다. 원문을 그대로 옮겼는데, 번역문 자체가 안 읽히면 문제가 된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독자가 어떻게 이해하는가, 그 효과도 예상해야 한다.
물론이다. 독자가 이 글을 읽었을 때, 이렇게 표현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가?도 번역가가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인터뷰도 번역과 비슷하다. 녹취를 풀 때, 정확한 문장을 쓰고 싶지만 그러면 인터뷰이의 말투나 개성이 살지 않으니까 고민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편집자도 그럴 거다. 편집자 입장에서는 정확한 맞춤법을 따르고 싶은 욕구가 있고, 저자는 자신의 문체를 살리고 싶어 한다. 독특한 말투를 가진 사람이 있는데, 이 말투를 통해 메시지가 잘 전달되면 살리는 게 낫다. 하지만 그 사람의 습관이나 언어능력 때문에 자꾸 나오는 어휘라면 빼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은 번역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그동안은 다른 나라의 언어를 자국어로 바꾸는 것만 번역이라고 생각했는데, 로만은 독자를 바꾸는 개념을 이야기했다. 성인판으로 나온 책을 아동판으로 바꾸는 것도, 장르를 바꾸는 것도 번역이라고 말했다. 이 개념으로 보면 인터뷰도 번역이다.
왜 또 번역을 했는가가 중요하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무역회사에서 일했다. 그러다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번역을 택했다. 왜 하필 번역이었나?
학생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과제, 보고서 같은 글을 써도 재밌었고. 이런 내 취향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여러 일을 찾던 와중에 번역 강좌를 듣게 됐다. 33살 때였던 것 같다. 우연히 신문에서 번역 강좌 광고를 보고 수업에 등록했다. 번역가가 되려도 들었던 건 아니다. 당시 웹디자인도 배웠었다. (웃음) 그런데 수업을 듣다 보니, 나도 번역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결단했다.
대개 인문, 과학 분야의 책을 번역했다. 이유가 있나?
처음에는 자기계발서부터 시작했다. 당시에는 필명을 사용했다. 번역에는 꽤 긴 숙련 과정이 필요하다. 번역 학원을 몇 개월 다녔다고 번역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초보 번역가에게 원고를 맡기는 건 모험이고 손해다. 대개 기술번역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번역가 이름을 표지에 넣지 않는다.
번역 문화 자체가 다르다. 관습과 규범이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번역의 윤리』를 쓴 미국의 진보적인 번역 이론가 로렌스 베누티는 이탈리아 문학을 영어로 번역하는데 좀 안 읽히게 번역한다. 왜냐면 미국은 워낙 번역을 안 하는 나라이고, 모든 게 자국어로 쓰여있다 보니 번역자에게도 원래 영어로 쓴 문장처럼 번역해달라고 요구한다. 로렌스 베누티의 지적은 이 문제 때문에 미국 사람들이 모든 세상의 중심을 미국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로렌스 베누티는 다른 나라도 다양한 문화가 있다는 걸 일깨워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약간 부자연스럽더라도 원문을 그래도 갖고 온다. 번역의 목적성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요즘은 잘 읽히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이것 또한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다.
문학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특히 많다.
출판하는 사람이라면 대개 문학을 지향하지 않을까. 하다못해 편집자나 마케터도, 지금은 자기계발서를 내는 출판사도 궁극적으로 문학을 하고 싶어 할 거다. 번역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출판 번역에 있어서는 보통 처음에 어떤 분야를 시작했느냐가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하나의 출신성분인 거다. 문학을 번역한 사람은 계속 문학을 번역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불만이 있다. 인문서나 실용서 번역가들 중에 더 문학적으로 뛰어나고 정확하게 문체를 살리는 분들이 있는데 문학으로는 넘어가기 힘든 문제가 있다. 번역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없기 때문이다. 번역 작품이 목적에 맞게 잘 번역됐는지, 구성을 잘 맞췄는지 등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평가가 없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이유다.
번역 논란은 언제나 있다. 작년에는 앵거스 디턴의 경제서 번역 왜곡이 한국 출판계 이슈였다. 결국 출판사는 다시 번역해 책을 재출간했다. 번역가로서 이런 논란이 끊임없이 나올 때, 어떤 생각을 하나?
요즘은 인터넷에서 웬만한 원문을 다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오역 문제는 더더욱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책마다 경우는 다르지만, 원문을 놓고 누가 더 번역을 잘했냐고 비교하는 건 번역에서 중요한 논의가 아니다. 물론 텍스트가 중요하지만 가장 결정적이지는 않다. 중요한 점은 번역을 한 의도와 번역된 결과물이 우리 사회에 초래하는 문화적 영향이다. 번역가가 어떻게 해석했는지, 무엇을 어떻게 전달하려고 했는지, 어떤 변형을 가했는지 등을 전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이 단어를 어떤 단어로 바꾸는 게 더 옳은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번역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게는 필요하겠지만, 일반인에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내용 전체를 보고 단어의 기능을 판단해야 하는데, 문장 하나, 단어 하나로 평가하니까 우리나라 번역은 엉터리라는 말이 나온다. 또 번역가들 역시 자기의 번역을 방어할 수 있는 논리가 없으니까 숨어버린다. 어떤 의견을 제시할 공간도 없고. 결국 번역이라는 사회적 역할이나 번역가의 지위가 계속 축소되는 결과만 낳는다.
그동안 번역한 책 중에 인상 깊었던 작품을 꼽아본다면.
2010년에 출간된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는 그 당시, 내가 가진 번역 역량을 최대한 발휘한 책이다. 언어학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번역학도 깊이 연관된 작품이라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제목은 직역했다. 원제가 『Don't Sleep, There Are Snakes』인데, 아마존 원주민의 굿 나잇 인사다.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잘자요”라는 의미다. 2011년에 번역한 『가족의 심리학』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토니 험플리스의 책인데, 소통 방법론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대화가 많이 등장한다. 조사가 많이 필요한 책은 아니었지만, 실제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화로 바꾸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고전 같은 경우, 여러 번역서가 있다. 독자가 책을 고를 때, 어떤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까.
누군가 이미 번역을 했는데, 또 다른 번역서가 나왔다면 이유가 있는 거다. 왜 또 번역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때문에 번역 행위의 목적성을 갖고 번역을 했는지를 살펴보는 게 좋다. 번역가 스스로 목표 의식이 뚜렷하면 번역문 자체의 질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번역가들의 번역의 변을 밝히는 공간이 없어 판단이 애매한 경우가 있지만, 여러 판본이 번역된 경우는 이 점을 따져 봐야 한다.
꼭 번역가가 아니더라도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팁들을 책에 소개했다. 모호한 명사구를 만드는 ‘의’만 줄여도 훨씬 깔끔하고 한국어다운 글을 찾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번역가들이 너무 잦게 사용하는 관용 표현이나 자제해야 할 조사, 단어 등은 무엇이 있나.
표현 자체가 거슬리는 건 아니다. 어떤 어휘든 글의 맥락에 딱 맞게 들어가면 거슬리지 않는다. 우리가 글을 쓸 때 무수한 외래어를 사용하는데, 이를 테면 통찰가라는 단어를 두고 ‘visionary’라는 영어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우리에게는 낯선 단어를 굳이 왜 썼을까?를 따져보면, ‘통찰가’라고 표현하면 독자들이 ‘아, 통찰이 있는 사람인가 보다’ 생각하고 그치지만, ‘visionary’라고 쓰면 그 낱말에 주목하면서 단어에서 의미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말이든 목적이 있어야 한다. 독자가 이 문장에서 무엇을 인식할 것인가, 어떤 건 술술 넘어가게 하고 어떤 걸 걸리게 만들 것인가. 이게 중요하다. 번역 강좌를 진행할 때, 항상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글쓰기나 번역하는 데 원칙 같은 것은 없다”는 말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번역가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일단 자기 글을 많이 써보는 게 좋다. 원문이 있으니까 번역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목적 의식이다. 원작을 왜 한국 독자에게 소개하고자 하는가, 왜 이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는지 스스로 인지해야만 좋은 번역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작업을 하려면 일단 자기의 목적, 자기의 목소리에 관해 고민해야 한다. 또 피드백도 받아야 한다. 피드백을 받으려면 자기 일기를 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 공표해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 목소리를 다듬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많이 연습하는 게 좋다. 그러다 보면 어휘 선정이나 문장 구성 등 여러 측면에서 민감해진다. 이 자체가 책을 읽든, 번역을 하든 모든 과정에서 도움이 된다.
갈등하는 번역윤영삼 저 | 글항아리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번역 강의 수강생들이 번역한 예문이 앞서 나온 후 저자가 무엇이 잘못 번역되었는지 또 무엇이 잘 번역되었는지 지적한 다음 번역 이론과 함께 추천 번역문이 이어진다. 번역계에 막 발을 디딘 초보 번역자들 혹은 번역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쓰인 책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이러한 구성을 취하였지만, 수많은 번역문을 읽고 다루어야 하는 편집자나 외서 기획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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