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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인 “포크를 부르더라도 내 음악의 뿌리는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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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에서 장재인이 통기타를 들고 나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을 노래한 장면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그들은 그 무렵 그런 각별한 느낌의 노래, 무대, 가수를 경험하지 못했다. 허각과 존박 다음의 순위였지만 장재인은 결코 그들 못지않은 시청자의 주목을 포획했다. 약간의 몽환, 순수, 섬세함, 떨림이 엉킨 드라마틱한 음색의 승리였다. 하지만 장재인의 이후 활동 궤적은 2012년 <여름밤>과 2015년 소속사 미스틱에서 낸 <Liquid>가 있었어도 펀치력이 두드러진 편은 못되었다.

 

지속적인 드라마 OST 활동으로 존재감을 유지해왔어도 그리 잘 보이지 않더니 지난 4월에 발표한 감성적인 싱글 <까르망>과 함께 '복귀'의 장을 열어젖혔다. 이즘과 처음 만난 그는 자신을 괴롭힌 근긴장이상증이란 병을 비롯해서 활동 스펙트럼, 음악적 비전과 앨범의 가치 등 전반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들려줬다.

 

노래 활동을 두고 보통은 삼가는 '일'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동원한 데서 '의욕'이 드러났다. 자신의 음악을 록으로 규정한 장재인은 “내가 원하는 것은 히트곡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할 앨범!”이라고 말했다.

 

우선 건강상태가 궁금하다. '근긴장이상증'은 어떤 병인가.


근데 의외로 뮤지션들 중에 이 병을 앓고 있는 분들이 꽤 있어요. 뮤지션들이 걸릴 수밖에 없는 병 같아요. 기본적으로 매우 예민하고 섬세하니까요. 그리고 악기를 연주한다는 게 특정 근육을 계속 쓰는 거잖아요. 이 병이 생기기 쉽죠. (스트레스도 작용하지 않느냐고 묻자) 수면부족에 시달렸죠. 미디어에 노출된 것 말고도 사실 너무 바빴어요. 잠을 못 잘 정도로요. <슈퍼스타 K> 이후로 한 2-3년은 하루에 30분, 2시간 잘 때도 많았고. 외국 스케줄이 잡히면 정말 잠을 한숨도 못 잤죠.

 

그러니 발병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마음의 여유 문제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제가 이 일을 오래 한 사람이면 “이때는 일만 생각하고, 이때는 나만 생각하고, 이때는 휴식에 집중하고” 이렇게 분배가 되어야 하는데 당시엔 일을 막 시작했던 때잖아요. 누구에게도 이 직업이 어떤 건지 들어본 적도 없었고 무작정 닥치는 대로 하다 보니까 제대로 휴식을 하지 못했죠. 하지만 제가 아픈 게 너무 미디어를 통해 강조가 됐는데, 아파서 쉰 거는 고작 4개월 정도예요. 지나치게 강조가 된 것 같아요. 아프다고 머뭇거리고 멈춰있는 타입도 절대 아닙니다. 아파도 창작은 계속 하고 있었어요.

 

최근에 <복면가왕> 출연했던데...


방송을 많이 하려고 하고 있어요. (나가게 된 연유를 묻자) 소속사 '미스틱'이 원래 예능을 잘 하는 회사니까.. 제가 이런 거 저런 거, 할 수 있는 거 다 해보겠다고 했어요.

 

방송 무대에 선 건 꽤 오랜만이었다.


오래 됐죠. 듀엣 무대가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어요. 인디고의 「여름아 부탁해」를 불렀는데, 상대편 남자분의 키(key)에 맞췄거든요. 잘 할 수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너무 낮은 음역대로 하려니까 아쉽더라고요. 조율을 잘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자신의 보컬 특색을 평가한다면.


되게 섬세하다는 것? 이게 성격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감정이나 감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스타일인데, 떨림 불안함 그런 요소들이 분명히 보컬에 나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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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우위에 놓는다는 얘기인데....

 

그런 것 같아요. 스스로 만족하고 있거든요. 제 개인적인 주관과 자기의 감성이 들어갔느냐를 최고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추구하는 보컬 성향은 다르겠죠. 기술적인 것을 최고로 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저는 감성적인 걸 최고로 치거든요. 어려서부터 존 레논, 밥 딜런 같은 사람들의 보컬을 무척 좋아했어요.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보다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전하는 것 말인가.


그렇죠. 그냥 말하듯이요. 그냥 그 순간을 확실히 전달하는 보컬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물론 기술적인 걸 보완해야겠다고 느껴서 연습도 하고 있지만요.

 

최근 싱글 <까르망>은 그런 면에서 좋았다. 보컬의 맛이 느껴졌다.


<까르망>은 되게 담백하게 나왔죠. 기본적인 발성 자체를 밑으로 내렸어요. 보컬적으로 얘기하면 '흉성'이 나오는 건데, 결국 말하는 소리와 노래하는 소리 모두 한 발성이 적용되는 거라고 생각을 했고, 주위에서도 그렇게 말씀을 하셔서 말하는 톤을 내려야겠다고 생각을 한 거죠. 항상 떠 있는 톤으로 말을 했는데 이걸 내려서 하는 쪽으로. 소리도 거기 맞게 바뀐 거죠. 듣는 분들은 안정적이고 편안하다고 느낄 것 같아요.

 

전체적인 색채는 어떻게 잡았나.


우선은 억지스러운 목소리가 전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들을 때 편안할 수 있게. 그리고 사실 저는 박자, 리듬을 굉장히 놓고 부르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걸 좋아하고. 근데 이 노래는 '박자를 칼 같이' 지키면서 불렀어요. 듣기 좋은 보컬, 편하고 거슬리지 않는 보컬로 결과물을 내보자 했다고 할까요.

 

결과물의 개수가 적은 편이다. 미스틱에서도 많은 작품을 낸 건 아니고.


작업물이 적은 거는 미스틱의 특징이기도 한 것 같아요. 가수도 많고.

 

거기에 동의하나.


저는 한 체계나 그룹에 들어오면 그 시스템을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속해있는데 제 스타일대로 감정이 꽂혔을 때 “이건 무조건 내야해” 할 수는 없으니까요. 시스템 구조에 제 자신을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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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게 있지만 상황을 고려해 목소리를 낮춘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스타일 같다.


그것 때문에 고민도 있어요. 의외로 제가 <슈퍼스타 K> 때문에 고집이 세다는 인상이 있는데요, 사실 저는 고집을 좀 더 피워야지 좋은 완성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자아표출을 너무 안하고 있거든요. 제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정확히 알고 있는데 상황과 환경 때문에 그 목소리를 약간 낮추는 편이라고 봅니다.

 

'음악적으로 정확히 하고 싶은 것'을 이 자리에서 공개할 수 있나.


언제든 공개할 수 있어요. 저는 곡을 만들 때 처음부터 앨범을 생각하고 곡을 써요. 절대 다작(多作)을 하지도 않고 처음부터 지금 이 순간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식으로.

 

콘셉트 앨범 말인가.


네. 그럼 그 앨범에 관한 곡들만 일 년 동안 계속 생각하면서 가는 거예요. 이제 이 앨범에 이런 얘기와 이런 스타일의 곡이 들어가겠다, 이제 무슨 곡이 들어가지? 어떤 얘기가 부족하지? 생각하고 채워 넣고 그런 스타일이에요. 항상 앨범 형으로 만드는 사람인데 사실 데뷔하고 나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죠. 한 번도 주장하지 않았어요. 상황을 보고 있어요. 앨범이라는 시스템을 주장하기 힘든 현실이기도 하고. 시대적으로.

 

지금 그런 앨범이 필요하지 않을까. 너무 오랫동안 앨범이 없다.


저도 그걸 해야 하는 사람인 걸 알아요. 그렇지만 미스틱만의 색깔, 생각이 있더라고요. 미스틱이 보는 장재인이 있어서 거기에 대한 앨범을 준비하고 있죠.

 

2015년 드라마 <킬 미 힐 미>의 삽입곡 '환청'을 고평하는 사람이 많다.


'환청'은 제가 이 직업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고집을 부린 작업물이에요. 잘 될 거라는 예상은 하나도 안 했어요. 원곡자(지그재그노트)는 리한나(Rihanna)처럼 노래를 뽑아주기를 원했어요. 에미넴과 함께한 「Love the way you lie」 같은 느낌으로. 가이드 보컬도 그렇게 왔고 디렉트도 그렇게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사실 웬만하면 저는 다 맞추거든요. 제가 제작팀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창작물이고 그가 원하는 그림이 있으니까. 근데 이건 진짜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장재인을 보여주는 게 낫겠다 싶었던 건가.


이런 말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기술적인 보컬을 원하면 굳이 나를 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 감성에 훨씬 더 집중된 보컬인데 이걸 유지해야 되지 않나 싶었다.

 

꽤 많은 OST를 했다. 잦은 사운드트랙 참여로 소모되고 있단 생각을 한 적은 없나.


초반에는 했는데 지금은 그냥 '일'이라고 생각해요. 원래는 저는 창작물을 내는 아티스트니까 이런 게 소모적이지 않나 생각했는데 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 보면 이런 것들이 다 쌓이는 콘텐츠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깊게 생각하지 말고 '일'로 생각해야겠다는 거죠.

 

그럼 일로 생각해서 계속하다 보면 거기에 관록이 붙을 텐데 그렇게 해서 얻는 건 뭔가.


음... 커리어가 쌓이는 것. 그리고 뭐, 벌이가 되는 것… (웃음)

 

너무 솔직한 것 아닌가 .


저 되게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그런데 정말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거기서 제게 “재인씨가 가사를 쓰세요”, “재인씨가 표현하는 걸 해주세요!”라고 한다면 생각이 달라지죠. 그렇게 하면 내가 관여하는 창작물인 건데, 그렇지 않고 제게 보컬적인 것과 그런 걸 원하면 저는 그냥 일하러 가는 느낌인 거예요.

 

내 스타일을 담은 앨범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엄밀한 의미에서 내가 원하고 내 스타일을 담은 독집은 아직 안 나왔다는 것?


안 나왔죠.

 

언제쯤 나올까. 올해 말 아니면 내년 초?


아뇨. 지금은 윤종신 피디님이 계획하는 방향대로 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가사들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Liquid> 앨범 기점으로 가사가 한 단계 업 됐어요. 제가 가사를 썼는데 기회가 되면 이번 앨범에 한 두 곡이라도 제 곡을 넣으려고 하거든요. 근데 윤종신 피디님이 생각하는 장재인 앨범에 제가 쓴 곡이 안 맞으면 안 넣으실 수 있죠. 그건 프로듀서의 영역이니까.

 

장재인이 말하는 장재인의 진솔한 이야기는 어떤 것들일까.


저는 덤덤하고 담백한 사람인 것 같아요. 덤덤하게 얘기하는데 밝진 않죠. 항상 외롭고 쓸쓸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우선 밝은 이야기,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보다는 어떤 설렘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오히려 좀 샤이(shy)한… 개인적인 작업물들을 보면 그런 것 같아요.

 

지금까지 만든 곡 중에 가사 측면에서 마음에 드는 곡은.


아직 안 나왔죠. 제 아이폰, 구글 드라이브에 잠자고 있어요. 아, 개인적인 작업물 가운데 마음에 드는 건 「반짝반짝」이에요. 그건 멜로디와 가사를 제가 직접 썼는데 멜로디나 스토리, 분위기, 뉘앙스 다 마음에 들어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 테이크 녹음을 한 거예요. 원 테이크인 척 하고 내는 곡들도 있지만 그 노래는 진짜 원 테이크예요. 그래서 보컬적인 게 아쉽긴 한데 작품성으로 봤을 때는 마음에 들어요.

 

「Love me do」는 어떤가.


그 노래도 좋은 곡이죠. 잘 쓴 노래였어요. 제가 녹음작업을 했다면 폴 매카트니 혹은 미카(Mika) 같은 스타일이었을 거예요. 근데 이걸 조규찬씨가 편곡하면서 더 나이스하고 젠틀하게 나왔어요. 그때 배운 점이 있는데 조규찬 씨가 굉장한 완벽주의자잖아요. 제게 코러스를 전부 시키셨어요. 저 보통 코러스 그렇게 안 하거든요. 조규찬씨의 코러스가 얼마나 어마어마하겠어요. 그 화음들을 제가 다 한 거예요. 만족감은 굉장히 크더라고요. “내가 이런 라인을 해냈네” 이런. 그리고 그 곡의 기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건 제가 정말 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Liquid> 앨범은 어땠나.


「밥을 먹어요」 같은 가사는 지금 봐도 칭찬할 만하지 않나 생각해요. 「밥을 먹어요」「나의 위성」「클라이막스」이런 가사들은 잘 쓴 것 같아요. 언제 불러도 부를 수 있는 멋있는 노래. 그 앨범은 여성스럽고 프렌치(french)한 캐릭터를 생각하고 연기한 앨범이에요. 가사에는 제가 드러나 있지만, 미스틱의 캐릭터 프로듀싱인 거죠. 저와 미스틱의 합작이라고 할까요.

 

장재인의 음악을 정의한다면.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페일 블루(Pale blue) 음악이에요. 굉장히 창백한 파란색이에요. 이미지적으로 생각하거든요. 물론 아직 보여준 것이 없어서 대중에게 와 닿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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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미스틱엔터테인먼트

 

왜 그런 창백함이 있는 걸까.


창백하다는 것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고 불안하잖아요. 겉으로 보이는 저는 소속사 등 여러 가지 배려 덕분에 안정적인 행동을 취하지만 제 안은 절대 안정적이지 못 하거든요. 성향도 그렇고. 그래서 페일이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선천적으로 예민하게 태어난 것도 분명 작용을 하는 것 같고요. (외로움도 있지 않나 했더니) 맞아요. 외로워서 음악 하죠.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역할모델, 혹은 '이 사람 마음에 든다'고 할 아티스트가 있나.


이소라씨와 김윤아 씨요. 저와는 너무 다르지만요. 활동을 하면서 점점 더 존경심이 커진 게, 해보니까 여기서 자아를 지키는 게 너무 어려운 거예요. 내 주장, 내 것만을 이렇게 단단하게 지킨다는 것이요. 여자로서 더 힘든 것도 있을 것 같고…. 근데 이소라씨와 김윤아씨는 오랜 시간 동안 자아를 단단하게 지켰잖아요. 저는 그렇게 하는 게 힘들었는데 그분들은 20년 이상 꾸준히 그렇게 해 오신 거죠. 절대 중심을 잃지도 않고. 멋있어요.

 

자신이 록을 한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팝 뮤지션으로 생각하는지..


저는 누가 뭐래도 록이에요. 제 뿌리는 누가 뭐래도 록이죠. 제가 포크를 부르더라도 록! 저는 포크 뮤지션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 개인적으로, 제 안에는. 시작이 무조건 록이었으니까요.

 

<슈퍼스타 K> 한지 벌써 7년이 지났다. 그동안 배운 게 있다면..


세계랑 시야가 좀 더 넓어져서 저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걸 배웠죠. 지금 스무 살 때 한 거 보면 멋있지만 큰 바다 같진 않아요. 물론 그때의 저도 '리스펙트' 해요. 왜냐면 굉장히 강하게 자신을 표현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게 넓지는 않거든요. 지금은 훨씬 더 넓죠, 시야가.

 

장재인에게 필요한 것은 한 곡의 히트송 아닐까.


그래서 지금 미스틱과 하는 거예요. 회사에 믿고 맡기고, 프로듀서에 맡기고. 하지만 저는 원 히트 송 내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제가 원하는 거는 내가 내 이야기 할 앨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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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미스틱엔터테인먼트


내 음악하면서 소소한 행복 느끼며 사는 게 내 주의

 

예술가로서 당연한 얘기지만 그런 위치를 위해서는 '원 히트송'이 결정적이지 않나. 싸이에게 '새'가 있고 김광진에게 '편지'가 있었듯이.


히트곡에 대한 생각도 없고 내 곡이 히트해야만 해 이런 생각도 별로 없어요. 내가 내 음악을 잘 하면서 즐겁게 내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면 되지 않나 하는 주의인데, 제가 어른들 말을 잘 듣는 편이기도 하거든요. 어른들 말이 인생이 그렇지만은 않대요. 그래서 미스틱을 믿고, 윤종신 피디님을 믿고 따르는 거죠. 제 성향이나 음악적 세계관은 굉장히 폐쇄적인 것 같아요. 저 스스로 깨닫기는 대중과 먼 아이인 거죠. 그래서 이런 행보를 대신해 줄 사람으로 윤종신씨를 찾은 것 같아요.

 

건강하지 못했던 시기를 거치면서 수확한 게 있다면.


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았다는 것? 방준석 선배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과 얘기를 나눴어요. 결국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가지 않아서 병이 발병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충고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저를 들여다보고 사랑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봤더니 제가 원하는 건 '내가 생각한 앨범'을 만드는 거더라고요. 내가 생각한 이야기를 확실하게 이야기 하는 것. 그 병 덕분에 구별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이건 일, 이건 내가 할 것.

 

좋은 자신의 앨범이 나와서 대중에게 더 많이 사랑 받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저는 제 곡이 진짜 좋은데 대중이 그걸 사랑할지는 모르겠어요. 큰 사랑이 올 곡인지 말이에요.

 

나를 만든 앨범 몇 장을 소개한다면.


먼저 비틀스. 제가 17살 때 처음 접한 앨범이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였어요. 비틀스는 어렸을 때 초등학교에서 '팝송 배우자'하고 부르던 'Let it be', 'Hey Jude'만 생각했는데 사실 이 사람들은 록이고 블루스였던 거예요. 정말 문화충격이었어요. 그 앨범을 순서대로 듣는데 두 번째 곡(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 나올 때는 울었어요. “와, 어떻게 이러지? 진짜 이 앨범 미쳤다.” 심지어 링고 스타가 부르잖아요. 그 느낌도 너무 좋고. 한 편의 영화, 소설처럼 훌륭하게 만들었잖아요. 미치지 않고서야....

 

또 다른 앨범은.


비틀스의 <White Album>과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Blue>... 그리고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을 정말 열심히 들었어요. 완전 심취했죠. 1996년 1집 <Tidal>도 좋고 2012년에 나온 4집 <The Idler Wheel ...>도 정말 좋아요.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 음계가 이해가 되고 왜 그런지 알겠어요.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거든요. 너무 생각이 많고 수많은 감정이 들고, 일상 생활하는 게 어떻게 보면 기적이에요. 근데 그 사람이 낸 곡에서 그게 느껴져요. 머릿속의 수많은 감정과 불안감, 그런 걸 다 토해내더라고요.

 

인터뷰 : 임진모, 정민재, 강민정
사진 : 홍은솔
정리 :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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