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혜 “‘집밥’이라는 순도 높은 사랑”
패션지 에디터로 10년을 일했을 무렵, 불현듯 경상남도 하동으로 이주했다. 치열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살이를 시작한 김자혜 저자는 치킨집과 16km, 편의점과 19km 떨어진 외딴집에 살면서 비로소 깨닫는다. 세끼 밥을 짓는 게 얼마나 고된 그림자 노동이었는지. 밥상을 차리는 건 누군가를 먹여 살리는 일. 지난 5년 사이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줄...
View Article[커버 스토리] 영화감독 윤가은, 좋아한다고 말하는 책
꿀꿀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필요한 극약 처방은 뭘까.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 황금빛 크레마로 내려진 에스프레소? 앉은 자리에서 단번에 정주행할 법한 드라마?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떠오르는 게 없다면 윤가은 영화감독에게 SOS를 쳐도 좋겠다. “영화를 정말 좋아하지만 영화 말고도 좋아하는 게 아주 많은”윤가은은 언제나 뭐든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는,...
View Article[짓궂은 인터뷰] 착한 척할 시간에 정말 착한 짓들을 했다면 - 『착한 척은 지겨워』
사진_타별 뜨끔했다. 김한민 작가의 신작 제목을 읽고는! 대관절 무슨 내용이길래 ‘착한 척’은 지겹다고 말할까. 주인공의 결기 넘치는 표정을 오랫동안 응시한 뒤 책장을 펼쳤다. 『착한 척은 지겨워』는 NGO 바닥에서 15년째 잔뼈가 굵은 소심한 시민운동가가 거침없는 언행으로 공포의 시위꾼으로 소문난 기후 활동가 ‘마야’와 기후 정치를 하는 당 ‘불가능한당’을...
View Article이연진 “취향이 육아가 된다면”
‘연유 빛 스웨터를 입은 아이와 쪽배처럼 봄길을 걷고 싶다. 함께 소네트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지.’스물두 살의 봄날, 이연진 저자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아이를 키우는 게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조차 못하던 시절이었다. 셰익스피어를 흠모하고 랭보의 시에 심취했던 사람. 책을 읽고, 미술관에 가고, 영화를 볼 때에야 생기가 돌던 그는 엄마가 되어 시 대신 밥을...
View Article소설가 문경민 “세상이 알아야 하는 고통도 있다”
“서정희 씨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입양으로 시작되는 내 과거 따위 없는 셈 치고 잘 살아갔을 터였다.” 열여덟 유리는 생각했다. 딱 2년만 더 있으면 학교도 집도 떠날 수 있는데, 갑작스레 서정희 씨의 죽음을 통보받았다. 그는 “나를 입양했던 사람”이었고 “나를 버린 사람”이었다. 할아버지에게 나를 맡겨 두고 떠난 엄마였고, 동생 ‘연우’의 엄마이기도 했다....
View Article김관욱, 당신의 전화기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
“나는 정말로 지고 싶지 않았다.” 콜센터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김관욱 교수가 자주 떠올린 말이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본 현장은 늘 지는 일의 연속이었다. 화장실에 갈 틈도 없이 밀려드는 전화와 비인간적인 실적 경쟁. 왜 우리는 일을 하며 몸과 마음을 다쳐야 할까? 『사람입니다, 고객님』은 콜센터 노동을 통해, 일하는 모든 이들의 질문에 답하려는...
View Article[오늘의 작가] 소설가 서장원, 문득 삶을 되돌아보는 순간
서점에서 한강 작가의 소설집을 펼친 것이 계기였다. 집으로 달려와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갔고 그 때부터 소설에 빠졌다. 서장원의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는 그의 첫 소설집이지만, 7년 넘게 소설에 대한 사랑을 지속해온 흔적이기도 하다. 한 사람으로 시작했지만, 이야기는 주인공이 아닌 주변 인물의 인생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곤 했다. 문득 무언가를 놓친 것...
View Article임상심리학자 임민경 "자해를 이야기하되, 자해가 중심이 되지는 않도록"
어떤 사람들은 자해를 한다. 2010년 중반 이후에는 자해에 관한 학술적, 사회적 관심도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해의 이유, 자해의 매커니즘과 자해라는 행위에 깔려 있는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다. 자해를 한때의 유행으로 보기도 하고,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이런 편견들이 자해 당사자를 고립시킨다. 더 많은 사람들이...
View Article강희정 교수 "일상과 밀착되어 있던 동양미술의 미(美)"
강희정 교수는 혁신을 일으킨 작품들을 중심으로 보아온 미술사를 서양 관점이라고 말한다. 금귀걸이, 도자기, 나전칠기 등 서양미술에서는 미술로 보지 않았던 공예 작품들까지 모두 미술로 다루며 “동양미술이라는 세계를 바르게 보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의 기준을 내려놓고 우리 주변을 새롭게 돌아보려는 마음이 필요”(1권, 23쪽)하다고 강조한다. 『난처한...
View Article곽미성 "새로 시작하는 사람을 향한 동경"
주어진 삶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곽미성 작가는 십대 후반에 불현듯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태어난 환경은 선택할 수 없었지만 남은 삶은 뜻대로 살아보겠다는 의지였다. 낯선 나라에 정착해 20년 넘게 이방인으로 살아온 그는 언젠가부터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자주 매료되었다고 한다. 곽미성 작가의 세번째 책 『다른 삶』은 ‘이대로 삶을 지속할 수...
View Article어딘 "글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는, 참 뭉클한 시간들"
어딘 저자『활활발발』의 부제에 담긴 ‘담대하고 총명한 여자들이 협동과 경쟁과 연대의 시간을 쌓는 곳’을곰곰이 읽어본다. 양다솔, 이길보라, 이다울, 이슬아, 하미나. 이 이름들과 저 ‘담대하고 총명한’이라는 수식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협동과 경쟁과 연대’는 또 어떤가. 매주 수요일 저녁, 서로의 글을 “존경과 예의”를 담아 정직하게 비평하는 시간....
View Article[짓궂은 인터뷰] 번아웃과 갭이어 사이에서 -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사진_타별설마 나에게 갭이어(gap year)가 필요하겠어? 자문해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를 쓴 김진영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책은 ‘갭이어’를 반드시 가지라고 추천하는 책이 아니다. 일하는 마음이 어딘가 크게 변한 것 같을 때, 그 시그널을 무시하자 말자.책 출간 후 각별한 축하를 받았다. ‘우아무 사랑...
View Article그림책작가 정진호 “책으로 건축을 하는 중이에요”
나는 책으로 집을 짓고 있다, 고 말하는 건축가. 그리고 볼로냐 라가치상을 두 차례 수상한 그림책 작가. 정진호 작가가 4년 만의 신작 『심장 소리』로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심장 소리를 모아둔 공간’에서 태동했다.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놓으며 작가는 알게 됐다. 이것은 한 아이의 기억과 탄생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이야기가 담긴 집을 꿈꾸며 건축을...
View Article[커버 스토리] 그림책작가 이수지 “벽 없는 예술”
며칠 전 SNS에 이수지 작가의 작품 사진이 올라왔다. 오랜만에 그림책을 펼쳤다는 한 독자는 “아, 이게 그림책이지.”라고 짧은 한 문장을 남겼다. 작가는 울컥했다. 어떻게 내가 각별히 생각했던 지점을 분명하게 짚었지? 좋은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고마운 감정이 들었다. 지난 3월, 이수지 작가는 『여름이 온다』로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View Article[오늘의 작가] 권누리 시인, 좋아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여름
『한여름 손잡기』를 읽으며 투명한 햇살 아래 선 소녀를 떠올렸다. 강한 빛에도 지지 않고 한여름의 감정을 손에 쥔 소녀. “사랑에는 제법 재능이 있습니다”하고 고백하는 시적 화자처럼, 권누리 시인은 인터뷰 내내 ‘너무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말했다. 좋아하기 때문에 더는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권누리의 시는 기꺼이 희미해지는 이들의 손을...
View Article이소은 "우리는 온전히 충분하잖아요"
가수에서 미국 변호사로, 국제기구 부의장으로, 변화를 거듭해온 이소은. 그가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발견한 메시지들을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에 담았다. 삶의 무대가 바뀐 뒤 시작된 정체성의 고민과 그 끝에서 찾은 ‘나다움’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던 시기를 지나 자신을 소중히 대하는 ‘셀프케어’에 이르게 된 경험을 들려준다. 도전...
View Article곽아람 “우리 모두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분투했으면”
교양이란 무엇인가. 20년 경력의 곽아람 기자는 이 질문을 오래 품고 궁리한 끝에 “읽고 쓰는 것을 넘어서 그 결과물을 어떻게 체화하느냐와 관계가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체화를 가능하게 하는 마지막 장소로 대학의 강의실을 떠올렸다. 실용도, 쓸모도 라틴어나 고전 문학, 동양미술사 수업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이 공부들은 그를 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힘을...
View Article김보영, SF 내게 너무도 사랑스러운 장르
12년 만에 김보영 소설가의 초기 걸작 10편이 『다섯 번째 감각』으로 복간됐다. 그간 김보영이 한국 SF계에 그려온 빛나는 성취는 굳이 반복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가 여전히 SF를 열렬히 사랑하고, 지금 여기 없는 세계를 꿈꾸는 데 푹 빠진 사람이라는 것. 2004년 데뷔 이후 제법 긴 시간이 흘렀지만, 김보영은 말한다. “도저히 SF에...
View Article악동뮤지션 이찬혁 “부모가 되었을 때 해주고 싶은 말을 쓴 책”
사진 제공_YG노래가 책이 되어 나왔다. 악동뮤지션 이찬혁이 글 작가로 참여한 그림책 『에일리언』. 악동뮤지션 이수현의 첫 솔로곡 〈ALIEN〉의 노랫말이 담긴 이 책에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 움츠러들었던 아이가 나만의 고유함과 특별함을 깨닫는 과정이 담겨 있다. ‘우리는 모두 별나라에서 온 에일리언’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하는 이 책의 메시지는 이찬혁이 동생...
View Article박현묵, 강인식 "아픈 것으로 나를 정의하고 싶지 않다"
(왼쪽부터) 강인식, 박현묵 저자『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는 저자 강인식이 중증의 혈우병을 갖고 있는, 그래서 10대의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야 했던 박현묵이라는 사람을 만나 묻고 들은 이야기다. 아니, 이 문장은 불완전하다. 박현묵은 극한의 치료 기간에도 톨킨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번역해 커뮤니티에 게시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정식으로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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